아시아나항공 자회사 LCC에 조종사 인력지원…계열사간 부당거래 지적
에어부산, 아시아나항공 환승 단체손님 기다리며 출발 지연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저가항공사(LCC) 에어부산 여객기

아시아나항공이 설립한 저가항공사(LCC)인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자사의 기장과 부기장 등 부족한 인력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또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온 단체 승객을 태우기 위해 1시간 가량을 기다렸다 태우고 갔다면, 이것은 관계회사 간 바람직한 업무협력일까. 이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들의 적잖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항공종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사는 1432명, 에어부산 234명, 2015년 설립된 에어서울은 59명이다. 여기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에어서울에 기장 20명, 부기장 18명을 지원하고 있고, 에어부산에도 기장 7명, 부기장 5명을 지원했다.

자회사로 지원된 이들 기장들과 부기장들은 아시아나항공 소속으로 본사 연봉체계에 따르고 지원기간이 끝나면 다시 아시아나항공으로 복귀 근무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대해 각각 100%, 46%의 지분을 갖고 있어 자회사의 부족 인력 지원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계열사 부당거래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 경우는 계열사에 인력, 부동산 등을 상당히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거래하거나 상당한 규모로 제공·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지난해 국토부에 신규 저가항공사 면허를 신청했던 에어로K(충북 청주공항 기반)와 플라이양양(강원도 양양공항 기반) 두 곳이 재무안정성과 과당경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모두 탈락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저가항공 자회사들에게 인력지원에 나선 것은 국내 저가항공 시장에 신규 사업자 진입을 막기 위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부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항공기 1대를 운영하는데는 조종사가 12명 이상이 필요하다. 에어서울이 항공기 3대를 시작으로 설립했기 때문에 조종사 36명 이상이 필요하다. 다른 업체에서 스카우트하거나 수십억원이 드는 조종사 양성에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따라서 각 항공사마다 스카우트를 명분으로 '조종사 빼가기'는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수급은 항공업계에선 모두의 고민거리인데, 아시아나항공은 계열사 지원을 통해 이를 쉽게 해결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계열사 부당거래에 해당하고, 신규 LCC 진입을 막으려는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후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 최근 에어부산 여객기는 연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단체 승객 환승을 위해 이륙시간을 어긴 채 출발을 연기해줬다.

김포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에어부산이 관계사인 아시아나항공 환승 승객들을 태우려고 일반 승객들을 기내에서 1시간 10분이나 대기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에어부산은 지난 19일 오후 2시15분쯤 김포에서 울산으로 향할 예정이던 에어부산 BX8893편이 예정 시간보다 1시간 10분 늦게 출발했다. 

단체승객 110명이 늦게 도착한 게 원인이었다. 이들은 에어부산의 관계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공항에 도착, 다시 김포공항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단체손님이었다.  

당시 기내에는 37명의 일반승객이 영문도 모른채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 승객들은 혼잡한 공항의 보안 검사를 통과하느라 시간을 더 지체했고, 항공사 역시 안전 문제로 승객들의 짐을 재배치하면서 결국 출발시각이 1시간 넘게 지연됐고, 이날 후속 비행편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공항 혼잡과 함께 짐을 싣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늦어졌다”면서 “일반승객들에게는 1∼2시간 지연에 운임의 10%를 보상하도록 하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라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승객은 "단체손님이 중요하면 대체편을 띄우거나 다음 항공편을 이용하게 해야 했다"며 "일반 승객 숫자가 적다고 희생을 강요한 것은 이들을 무시한 처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객은 "공항 혼잡과 안전문제라고 이유를 들었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항공사의 이익을 위해 출발을 지연시켰다"며 "타고 있던 일반승객들에게 10%를 보상해주고 항공사는 그보다 훨씬 큰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모기업의 특별지원 없이도 정상적 운영이 되어야만 다른 신규 LCC 면허 신청사들의 탈락이 재무건전성이나 과당경쟁이라는 이유가 된다. 

최근 갑질 논란에 흽싸인 대한항공과 함께 독점적 우위에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이같은 '짬짜미'는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다.

결국 그 피해는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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