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 “대표이사 변경,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 강화 목적”
업계에선 ‘경영에 영향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하려는 조치“ 비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진에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표직을 맡은지 49일만의 일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진에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사내이사직은 여전히 유지하는 것에 대해 경영에 영향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피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진에어는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조양호·최정호 대표이사 체제에서 최정호·권혁민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23일 임기 3년인 진에어 사내이사에 취임하면서 대표이사직도 함께 맡았지만 49일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사내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진에어 이사회는 이날 대표이사 변경으로 조 회장이 빠진 대표이사 2인 등 사내이사 4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사외이사 3인 등 총 8인 체제로 재편됐다.
이에 대해 진에어는 “이번 대표이사 변경은 전문 경영인에 의한 책임 경영체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에어는 지난 3월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에도 ‘책임경영 강화’를 내세운 바 있어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담긴 조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이 최근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대해 면허취소까지 고려하면서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문제를 조사 중인 상황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토부가 진에어에 대해 행정제재를 내릴 경우 대표이사 등을 불러 청문 절차를 진행할텐데, 이 자리에 조 회장이 출석하지 않고 경영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조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진에어에서 3월에 조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기 전까지 사내이사 가운데 조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없었다.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겸 대한항공 전무)도 등기이사에 올라 있었지만 이를 내려놓았다.
한편, 대한항공 직원들이 오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조 회장 일가의 경영퇴진을 촉구하는 2차 촛불집회를 계획 중인데, 진에어 직원들이 대거 참여해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특히 진에어 직원들은 따로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을 만들어 집회 참석을 독려하고 있는 등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