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혼자 담당했던 제보‧증언 등 분류‧정리 및 언론 등 전달업무 ‘분담’
직종별 자원자 중 총 6명 선발…촛불집회 개최 등 업무도 효율적으로 진행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직원들이 총수 일가의 ‘갑질’ 등에 맞서 보다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조직 구성을 추진한다.

이는 그동안 직원들이 익명 채팅방에 모여 산발적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제보와 증언 등을 내놓았던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조직을 갖춰 사정기관 협조나 언론사 제보, 촛불집회 개최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조양호 일가 퇴진’을 외치던 대한항공 직원들의 움직임이 어떠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 한진그룹에 대한 조 회장 일가의 지배력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등 총 3500여명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5곳에는 최근 ‘관리자’라는 아이디를 쓰는 직원이 ‘대한항공 직원연대 조직구성’이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려 ‘직원연대’ 구성 계획을 알렸다. 

관리자는 조직구성 목적을 “조양호 회장 일가와 경영진의 완전한 퇴진을 위한 사정기관 협조 및 자료수집과 직원연대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직원연대 활동 계획으로 ▲각 사정기관 업무 협조 및 청원 ▲언론사 제보 및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 ▲집회 준비 및 주관 시행 ▲사측의 불법행위 및 채증을 통한 직원 불이익 처우 증거 수집 및 고발 ▲직종별 불법 비리 수집 및 고발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보면서 혼자 제보 접수와 언론사 접촉, 촛불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조직을 구성해 총수 일가 퇴진 운동을 효율적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발생한 후 대한항공 직원들의 익명 채팅방을 통해 ‘대한항공 해외지점·직원을 통한 총수 일가의 밀수·탈세 의혹’과 ‘필리핀 가정부 불법 고용 의혹’ 등 많은 제보와 증언이 제기된 바 있다.

이러한 제보와 증언들은 하나둘씩 언론에 알려지면서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게 하는 등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보와 증언들은 보안을 이유로 익명 채팅방이 아닌 관리자의 개인 텔레그램으로 수집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는 관리자가 혼자서 쏟아지는 다양한 종류의 제보와 증언·자료를 분류‧정리한 후 언론이나 사정기관에 전달했기 때문에 힘에 부치는 상황에 놓였다. 

앞으로 직원연대는 대한항공 객실·운항·정비·여객·일반 등 직종별로 자원자를 받아 총 6명을 선발해 3명씩 두 팀으로 구성한 후 관리자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들 6명 역시 가명을 사용하고 연락은 텔레그램을 통해 주고받으며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면서 각자 맡은 분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직원들을 조직하는 역할을 맡는다.

직원들은 이제까지 관리자 한명이 총괄하던 관련 업무를 조직을 구성해 나눠서 하면 더 큰 위력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직원연대는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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