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 파탄 후 자녀에 대한 거주, 교육 등 최소한의 지침 마련 시급

지안행정사사무소 대표 조혜 행정사
지안행정사사무소 대표 조혜 행정사

[전문가칼럼-조혜 행정사] 며칠 전 한 케이블TV의 탐사보도 <베트남 ‘한국섬’-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이란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파탄으로 베트남에 온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보는 내내 마음 한켠이 아리고 또 아팠습니다.

외국인의 국내 입국 및 체류 과정에서의 모든 이민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행정사로서, 더구나 외국인들 중 베트남인들의 업무를 가장 많이 보는 필자로서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수 없어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도 계속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6년 기준 대한민국 결혼이민자는 150,000명을 넘었으며, 이중 베트남 사람이 약 28%인 42,000명으로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그에 비례하여 문제도 생기는 법.

결혼이민자도 늘어나지만 다문화 가정의 이혼율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같은 문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결혼해도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 사는 부부는 6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하물며 자라온 환경도, 문화도, 언어도 다른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부부나 가족 간에 의견이 다르거나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있을 때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서 해결해야 하는데, 우선적으로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다문화 가정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화가 되지 않는 부부, 당연히 이혼 확률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다문화가정 또한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녀들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이혼자녀들과 달리 이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살게 되는 나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이혼 후 베트남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와 친정 부모에게 아이를 맡겨 한국 국적이지만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아이와, 한국가족 모르게 아이를 베트남에 데리고 와서 아이를 찾으러 베트남에 온 아빠, 엄마 손에 베트남 친정집에 맡겨진 아이가 학대를 받으며 1년 정도 살다가 한국 할머니 노력으로 한국에 돌아와 힘겹게 적응하는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한국 국적인 자녀를 부부가 이혼 후에 엄마가 베트남으로 데리고 갔는데 베트남 국적이 없어 초등학교를 ‘청강생’으로 다니고 있고, 베트남 신분이 없어 중학교를 갈수 없을지 모른다는 아이에 대한 내용에 너무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습니다.

외국인과의 결혼은 많은 비용 및 절차가 필요하며, 결혼 후에도 그 어떤 가정보다 더 서로에게 인내와 배려가 요구되어 집니다. 노력하면서 결혼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혼을 했다 하더라도 부모로 인해 아이가 타국에서 신분도 없이 살아가는 이런 상황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베트남 다문화 가정은 부모의 국적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베트남 국적 취득이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대한민국에서 자라는 것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혼 전 아이의 거취에 대해 충분히 상의하고, 조치를 취해 부모가 이혼 후에도 아이의 생활, 교육 등 가장 기본적인 사안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적어도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

다문화 가정이 늘어가는 만큼 해당 기관에서도 다문화 가정의 이혼 자녀에 대한 거주, 교육 등 최소한의 지침을 세워 부부가 이혼 시에 반드시 이 절차를 지키도록 하는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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