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행정처분심의위 결정…中 공항 활주로 이탈사고 과징금 3억 부과
사건 발생 3년 뒤 행정처분…국토부 ‘늑장징계’ 지적 받아 내부감사 실시

땅콩회황사건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땅콩회황사건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대한항공이 과징금 27억9000만원을,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15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뒤에야 행정처분이 이뤄지면서 ‘늑장 징계’ 논란에 휩싸였는데, 국토부는 업무처리 과정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는지 내부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국토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014년 12월 5일 일어난 땅콩회항 사건과 올해 1월 10일 발생한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 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에 대해 심의했다. 두 건 모두 대한항공이 일으킨 사고다.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이륙 준비 중이던 여객기를 램프 리턴(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한 바 있는데, 이것이 바로 땅콩회항 사건이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여객기를 돌려세운 뒤 박창진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해 물의를 빚었다.

심의위는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운항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27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내렸다.

국토부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권이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과징금에 모두 50%를 가중했다”며 “이번 처분 액수는 역대 최대 과징금 규모”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과징금 부과 내용을 보면 ▲기장의 돌발사태 대응절차 및 지휘권한 위반(9억원: 6억원에 50% 가중) ▲거짓서류 제출(6억3000만원: 4억2000만원에 50% 가중) ▲사전공모로 국토부 조사 방해(6억3000만원: 4억2000만원에 50% 가중) ▲거짓 답변(6억3000만원: 4억2000만원에 50% 가중) 등이다.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과 여운진 전 여객담당 상무에게는 국토부의 관련 조사에서 거짓으로 진술한 책임을 물어 각각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1차례 거짓 진술에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이번에는 50%를 가중해 150만원으로 과태료를 높였다. 거짓 진술은 횟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 당시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장과 협의했던 것”이라고 거짓으로 진술했다. 또한 승무원 등에게 물건을 집어 던지며 행패를 부렸음에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당시 폭행 사실을 부인했다.

여 전 상무는 승무원 등이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행에 대해 진술하지 못하도록 회유‧협박을 통해 허위 진술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당시 여객기 기장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또한 국토부는 웨이하이 공항 활주로 이탈 사고에 대해서는 대한항공에 과징금 3억원, 기장·부기장에 각각 자격증명 정지 30일, 15일 처분을 내렸다.

한편,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지 3년이 지나서야 행정처분이 내려질 정도로 늦어진 데 대해 땅콩회항 관련 형사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살다가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석방됐고, 작년 12월 최종심에서 항소심 판결이 유지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과거 유사사례에서 검찰의 기소나 1심 판결이 나오는 시점에 행정처분을 내린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국토부는 땅콩회항 사건의 행정처분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미룬 것에 대해 내부 감사를 통해 자세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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