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로 의심 되는 파티용품부터 고가의 가구ㆍ미술품까지 나와
대한항공 전ㆍ현직 직원들의 진술과 일치하는 정황도 드러나

21일 관세청은 한진그룹의 협력사를 압수수색하고 2.5톤 분량의 현물을 확보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상이 되는 현물은 한진그룹의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 관련 장물이다.

조양호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및 관세 포탈 혐의 대한 명백한 근거가 될 만한 현물들이 쏟아져 나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관세청은 한진그룹의 협력사를 압수수색하고 2.5톤 분량의 현물을 확보했다고 22일 밝혔다. 대상이 되는 현물은 한진그룹의 밀수 및 관세포탈 혐의 관련 장물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이날 인천세관 조사관 20여명이 경기 일산 소재의 대한항공 협력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밀수가 의심되는 2.5t 트럭 분량의 물품을 압수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통화가 빈번한 인물을 파악하고 추적하던 중, 은닉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5t 트럭의 물건이 전부 밀수 의심 물품은 아니며 이제 분석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세청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압수품 상자 겉면으로 봤을 때 비교적 고가의 외국 가구나 미술품, 파티용품 등이 담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해 보인다. 관세청은 압수한 장물에 대해 정밀 분석 작업 중이다.

압수 과정에서 드러난 상자 겉면으로 대략적인 내용물을 추정할 수 있었다. 앞서 대한한공 전현직 직원들이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 혐의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말했던 밀수 방식도 확인 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의 외국산 책상으로 추정되고 겉면에 '입고일자 2013.02.06, 일련번호 43'이라고 적혀 있는 상자가 나왔다.

이 상자에는 대한항공이 운송하는 화물에 붙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출발지로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을 의미하는 'LAX'가, 도착지로는 인천국제공항을 의미하는 'ICN'이 적혀 있었다.

43이라는 일련번호는 최소한 앞에 42개의 밀수로 의심되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다른 상자에서는 역시 대한항공 화물 스티커에 'CHAIR & ROCKER'(의자 & 흔들의자)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역시 LA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물품이라는 표식이 있었다.

이 상자에는 책상 형태의 사진과 함께 'RISOM DESK'라는 품명이 쓰여 있었다.

이 책상은 덴마크계 유명 가구 디자이너인 젠스 리솜(Jens Risom)이 디자인한 제품으로 추정된다. 해당 가구는 해외 쇼핑몰에서는 약 1천700달러(한화 약 184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다른 압수품 상자에서는 '크리스마스 용품', '추수감사절 용품'이라고 적은 손글씨가 발견됐다. 정확한 내용물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회사 업무용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림'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상자도 있었다. 조 회장 자택의 일부가 '기타 전시장'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는데도 최근 자택 압수수색에서 명화로 보이는 작품이 한 점도 나오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고가의 미술 작품을 밀수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한항공 화물 스티커에 'KIP ITEMS'이라고 인쇄돼 있거나 'DDA'라는 코드가 적혀 있는 상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다수의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에 따르면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해외에서 구입한 개인 물품이 수시로 대한항공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고, 특수화물로 분류된 이들 물품은 총수일가를 의미하는 'KIP'(Korean Air VIP) 코드로 관리했다고 한다.

실제 'RISOM DESK' 박스에는 분류항목에 'DDA'라는 코드가 있었다. 'DD'는 부사장급 이상에게 주어지며, 'A'는 조현'아'를 의미한다는 것이 전직 직원의 증언이다. 이에 비춰 보면 해당 책상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것이라는 추정을 할 수 있다.

물론 관세청의 정밀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겠지만 장물에 이러한 코드가 적혀 있다는 것으로 추정할 때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 증언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로써 현물을 손에 넣은 관세청의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청은 해당 물품의 출처를 분석하고서 조만간 한진 그룹 총수 일가를 소환할 것으로 보여 수사 결과 한진일가에 대해 어떤 조치가 행해질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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