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국민연금 지지 낙관적 기대 어려워
인적분할, 주주에게 분할회사 주식 기존 지분율대로 배정 방식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기존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안을 전격 철회하고 주주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절충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그리고 현대차핵심계열사에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 비율이 모비스 주주에 불리하고, 일방적으로 총수일가에 유리한 결정이라며 사업 논리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또 국내 의결권 자문사와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오는 29일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개편안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분할 합병안을 전격 철회했다.

하지만 내놓았던 지배구조 개선안을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아니며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기존 내놓았던 분할 합병안이 무산되면서 새로 내놓을 개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계에서는 우선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한 뒤 합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AS 부품 사업을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적분할 때 기존 회사 주주들은 분할된 회사의 신주를 원래 지분 분포대로 배정받는다. 즉 기존 주주들이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방법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한 개편안으로 내놨던 방안이 오너일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는 비판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일주일 남은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에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줄지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29일로 예정됐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의했다. 

대신에 주주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결정으로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달래는 효과는 충분해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분할법인을 상장한 뒤 합병하면 시장가격대로 합병하게 되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정의선 부회장이 확보되는 현대모비스 지분이 얼마나 떨어질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 지분이 당초 예상치인 20% 안팎에서 10% 아래로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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