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총괄 본부장, 카카오톡으로 팀장들에게 지시…‘회장 특별지시’ 강조
회사측 “회장‧대표, 지시 내린 적 없어 전혀 몰라…본부장 단독으로 지시”

bhc의 한 매장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가 최근 가맹점주들의 ‘갑질’ 주장 등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에게 일부 가맹점주들이 네이버 밴드나 인터넷 게시판 등에 본사에 우호적인 글을 올리도록 독려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같은 지시가 박현종 회장의 ‘특별 지시’라는 언급과 함께 내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회장이 가맹점주들이 주장하는 ‘갑질’ 문제 해결보다는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는 데 더 힘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가맹점주들의 '갑질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본사에 우호적인 글을 쓰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일 매체 보도에 따르면 bhc 가맹점을 총괄하는 A운영본부장은 최근 임직원 카카오톡에서 각 팀장들에게 가맹점주들을 설득해 본사에 긍정적인 내용의 글을 써서 홈페이지 등에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A본부장은 전국 가맹점주들이 구성한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의 설립 총회가 열리기 전 각 팀장급에게 카카오톡을 통해 “우호적인 매장 독려해서 ‘이렇게 하는 것은 본사도 가맹점도 이득이 없고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는 내용 등으로 밴드 또는 신바람 광장에 지금 올리도록 팀장들, 운영과장들 독려 바란다”는 지시를 내렸다.

밴드는 협의회에 소속되거나 뜻을 함께 하는 가맹점주 약 800명이 모여 있는 모바일 커뮤니티이고, 신바람 광장은 가맹점주와 본사가 이용하는 게시판 성격의 온라인 공간으로 그동안 양측이 대화 창구로 사용해왔다.

특히 A본부장은 이 같은 지시가 “회장님 특별 지시다”라면서 박 회장의 뜻이라고 언급하면서 “최대한 빨리 올리고 문자달라. 기다리고 계신다. 이건 팀장들의 성의 문제니 수단 불구하고 바로 조치하라. 모두 집회에 가는 건 아니니 반대 여론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호적인 글을) 올리는 즉시 어느 매장인지 바로 연락을 달라”고 덧붙였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hc 점주들이 23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 설립 총회를 겸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러한 A본부장의 지시에 팀장들은 큰 압박과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팀장들은 본부장이 제외된 또 다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난감하다.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을) 누가 하겠는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bhc 본사 관계자는 “해당 본부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언론 등에 너무 본사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가맹점주들의 의견만 보도되는 것 같아서 본사 입장을 이해하는 가맹점주들의 의견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알고 있다”면서 본부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본부장의 지시는 회장님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면서 “회장님이나 대표님은 이 같은 지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bhc 점주들로 이뤄진 ‘전국 bhc 가맹점 협의회’는 지난달 23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설립 총회와 기자회견을 갖고 본사에 가맹점에 공급하는 주요 품목의 공급원가 인하 등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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