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와 관련,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 공동대표는 “성찰의 시간을 갖고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유 공동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미래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후보들을 지지해 주신 국민 한분 한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어 “대표직에서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고,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는 개혁보수의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와 보수의 가치,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보수의 길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철저하고 근본적인 변화의 길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유 공동대표는 같은 보수진영인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폐허 위에서 적당히 가건물을 지어서 보수의 중심이라고 얘기해서는 국민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 있었지만, 결국은 보수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밝혔다.

당내에 노출됐던 이념 노선의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화학적 결합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정체성의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 문제였다”면서 “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꼭 바로잡아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 공동대표의 사퇴로 당분간 바른미래당은 박주선 대표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박 대표도 선거 결과와 관련해 거취를 고민했다. 그러나 유 대표가 먼저 사퇴하면서 당헌상 당무위원회 개최와 비대위 소집 등 향후 당 수습책을 위해 남아서 역할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대표직을 일단 이어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오는 15일에는 손학규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향후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서는 당 지도체제의 비대위 전환 여부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비롯한 당 수습책에 대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차기 당권 경쟁 과정에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 간에 정체성 확립을 두고 본격적인 노선 투쟁이 일어나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선거 참패 이후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