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수법 통해 3년 동안 국회의원·후보자 99명에 4억4천만원 지원
황 회장 구속 시 KT 수장공백 사태 맞아…5G투자 등 전략수립 ‘차질’

황창규 KT회장이 19일 경찰로부터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회장이 19일 경찰로부터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사진-연합뉴스)

황창규 KT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찰의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KT는 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라는 위기에 빠져 차세대 이동통신 5G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와 오는 27일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등과 관련된 전략 수립에 차질을 빚는 등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 등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이들 중 황 회장‧구모(54) 사장‧맹모(59) 전 사장·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을 통해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조성하고, 이 중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KT는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46명에게 1억6900만원, 20대 국회에서는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7290만원을 후원하는 등 중복자를 제외하고 모두 99명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시기 등을 따져볼 때 KT가 자사와 관련한 여러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기위해 후원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KT가 제공한 후원금은 경찰 조사결과 당시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4∼2015년에는 특정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이, 2015∼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의 사안이 KT와 관련된 국회의 주요 현안이었다.

경찰은 KT가 이들 현안에서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의원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해당 현안 가운데 KT 측에 이로운 방향으로 처리된 사안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임원별로 입금 대상 국회의원과 금액을 정리한 계획서를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는데, 후원금이 입금되면 CR부문 직원들이 입금자인 임원들의 인적사항을 의원 보좌진 등에게 알려주며 KT 쪽 후원금임을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서는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당장 황 회장의 거취 문제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만일 황 회장이 구속될 경우 KT는 최고경영자 공백 상태를 맞게 된다. 이 때문에 KT가 본격적인 5G 투자와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을 앞두고 전략 수립에 차질이 생겨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KT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황 회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KT새노조는 성명에서 ▲황 회장, 회장직 즉각 사퇴하고 수사 받을 것 ▲KT이사회, 적폐경영 부역 반성 및 KT새노조 면담 요구에 즉각 응할 것 ▲검경, 황 회장의 위법 경영·적폐경영·협력 임원들에 대한 수사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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