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수수 의혹 대상자에 대한 조사 전혀 이뤄지지 않아…보완수사해야”
경찰 “불법 후원금 제공 사실 확인…영장 청구 정당”…영장 재청구 검토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0일 기각했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20일 기각했다.

경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신청한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됐다.

황 회장은 전·현직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검찰은 황 회장이 제공한 자금을 받은 쪽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경찰에 추가 수사를 지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황 회장 등 KT 경영진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황 회장 등의 혐의 소명을 위해선 불법 자금이 건네진 것으로 경찰이 본 수수자 측에 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다.

검찰은 “구속할 만한 수준의 혐의를 소명하려면 (금품)수수자 측 조사가 상당 정도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수사가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공여자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특성상 자금을 받은 쪽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부분을 보강해 수사하라고 경찰에 지휘했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8일 황 회장과 구모(54) 사장, 맹모(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 등 KT 전현직 임원에게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황 회장 등은 지난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사들인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을 통해 비자금 11억5000여만원을 조성하고, 이 중 4억4190만원을 불법 정치후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KT는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46명에게 1억6900만원, 20대 국회에서는 낙선한 후보 5명을 포함해 66명에게 2억7290만원을 후원하는 등 중복자를 제외하고 모두 99명의 정치후원금 계좌로 돈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시기 등을 따져볼 때 KT가 자사와 관련한 여러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기 위해 후원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KT가 제공한 후원금은 경찰 조사결과 당시 KT와 밀접한 현안을 다루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상임위원회에 걸쳐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4∼2015년에는 특정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이, 2015∼2016년에는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은행법 개정 등의 사안이 KT와 관련된 국회의 주요 현안이었다.

경찰은 KT가 이들 현안에서 자사에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고자 의원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등에 대해 불법 후원금을 제공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만큼 영장을 청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반발하면서 기각 사유를 검토해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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