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자 소득 줄이고 담보는 누락하고, 금감원 적발

그동안 시중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린 배경에는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를 상대로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조작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이자수익으로 37조3000억원을 벌어들였고, 올해도 1분기에만 9조7000억원을 거둬들였다.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들이 고객들의 소득과 담보를 누락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더 올려 이자를 받아낸 사실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올해 상반기 은행들을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이 검사 대상이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대출자가 제공한 소득이나 담보를 고의로 누락시켜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게 한 곳도 있었으며, 심지어 4대 은행 중 한 곳은 이자 부담을 세밀한 계산 없이 자체 최고치 금리를 대출자에게 일괄 적용하기도 했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올라도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고 오히려 줄이는 수법도 썼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해당 지점장은 우대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자금 조달 비용을 반영하는 기준금리와 고객의 신용등급 등을 고려해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 등으로 구성되는데, 은행들은 영업비밀이라며 가산금리 산정방식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산금리를 제맘대로 조작하며 부당 이익을 챙겨왔다.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은 영업상 관행을 넘어 '금융범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창우 금융감독원 은행검사국장은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하여 소비자 피해를 유발한 사례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조사 후 환급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산금리 결정방식을 비교 공시하고, 대출자에게도 가산금리 산정 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이번에 적발된 은행의 이름과 부당 행위 건수 등은 내부 규정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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