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정규직화 이후 노동조건 개선無”…文정부 맞춤형 ‘보여주기식 쇼’ 비판
근로자들, 설문조사에서 ‘나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라 생각’…임금체계 불만 커

지난 25일 서울 종로 서린빌딩 앞에서 희망연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선언을 했다(사진-희망연대 제공)
지난 25일 서울 종로 서린빌딩 앞에서 희망연대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가 임금문제 포함 처우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파업을 선언했다.(사진-희망연대 제공)

SK브로드밴드(SKB)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맞춰 자회사를 설립하고 ‘하청업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천명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자회사 설립이 ‘꼼수’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은 하청업체에 있을 때보다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개선된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같은 움직임이 파업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사내 노사 갈등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에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오는 29∼30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기점으로 1박 2일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SK브로드밴드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하청업체를 자회사로 편입해 정규직으로 만들었지만, 여전히 하청시절 최저임금 수준의 체계를 고수해 노동조건은 나아지질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아직 하청업체 소속으로 남아있는 강서홈고객센터·마포홈고객센터·제주홈고객센터 등 3곳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24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촉구했다.

SK브로드밴드 홈서비스 자회사 '홈앤서비스' 출범(사진-연합뉴스)

SKB는 지난해 7월 초고속인터넷 및 IPTV 설치·AS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홈앤서비스를 설립하고 기존에 고객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던 홈센터 103곳 가운데 위탁 계약 종료에 합의한 98곳의 직원 46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SKB는 ‘민간기업 최초’라고 강조했는데, 당시 사기업 가운데 자의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밝힌 첫 번째 사례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고용안정과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평가했다.

하지만 SKB가 홈앤서비스를 설립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노사관계가 삐걱거리면서 잡음이 발생해 연일 언론보도에 오르내리면서 SKB의 자회사 설립과 하청업체의 정규직 전환은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홈앤서비스 근로자 대부분의 월 기본급은 158만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157만377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내근직은 최저임금보다 적은 148만원을 받고 있다. 

또한 하청업체 직원일 때 받았던 추가 수당 등이 사라지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산하의 자회사 정규직으로 편입됐지만, 하청업체에 있을 때보다도 급여가 줄어들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홈앤서비스가 내달 1일부터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유연근무제가 사실상 야간과 주말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고 추가 수당을 삭감하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는 직원들을 4개조로 나눠 시차근무를 하게하는 것인데, ▲A조는 월요일~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B조는 화요일~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C조는 월요일~금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9시 ▲D조는 화요일~토요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9시(토요일은 오후 12시~3시) 등으로 근무시키는 방식이다.
 
이를 도입하면서 사측은 초과수당 대신 ‘유연근무수당’을 도입해 B타입엔 10만원, C타입엔 15만원, D타입엔 20만원을 지급하는데, 이는 근로자들이 기존에 받았던 초과수당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여기에 노조는 사측이 오전과 오후 각 1시간 30분, 총 1일 3시간 동안 집중근무시간을 둬 잡담이나 외출, 흡연 등 이석 및 회의, 통화 등을 최소화 하는 ‘집중근무시간제’ 등을 도입해 근로자들을 통제하고 업무 강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SKB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직원들이 하청업체에서 근무했을 당시 월 기본급이 145만원가량이었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 13만원을 인상해 현재는 158만원가량”이라며 “현재 전체 구성원의 평균 임금이 32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정규직 전환 직원들 1인당 연간 65만원 상당의 복리후생도 지급하고 있다”며 “노조가 주장하는 내용은 100여개가 넘는 하청업체 소속 시절 회사마다 임금지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당시보다 급여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대해선 “회사는 현재 (유연근무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강압적으로 추진한다는 노조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며 “노조가 원하지 않는다면 도입할 의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29~30일로 예정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공백은 비조합원을 투입하는 등 업무 차질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면서 “앞으로도 노조와 계속 협의해 구성원의 임금을 포함한 처우 향상을 위해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희망연대노조가 지난 2월 발표한 SKB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응답자 530명 중 84.5%눈 “(자신을) 여전히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응답자중 59.8%가 정규직 전환 이후 불만사항에 대해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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