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협력업체 갑질 폭로 당해…롯데닷컴, 영업적자‧갑질 과징금 ‘악재’
롯데 이커머스 사업, ‘갑질 기업 간 결합’ 오명으로 인해 순탄할까 우려돼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롯데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롯데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롯데그룹이 그동안 온라인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지난 5월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앞으로 5년간 온라인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고,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8개의 온라인몰을 롯데쇼핑 주도로 통합해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롯데는 오는 8월 계열사별 시스템 인력과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합한 ‘이커머스 사업본부’도 신설해 온라인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한지 얼마 안 돼 롯데쇼핑은 오래전부터 협력업체들에게 갑질을 저질러 업체들이 파산·도산 상태에 빠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또한 롯데쇼핑이 흡수합병할 예정인 롯데닷컴은 최근 몇 년간 실적악화로 인한 ‘적자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납품업체에게 갑질을 저질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으로 과징금 철퇴를 맞는 등 악재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과 롯데닷컴의 합병에 ‘갑질 논란을 일으킨 기업들의 결합’이라는 오명이 붙으면서 롯데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은 이커머스 사업이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상황에 놓였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지난 5월 17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의 갑질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추혜선 의원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 소속 업체 대표들이 지난 5월 17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롯데그룹의 갑질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추혜선 의원실)

롯데쇼핑,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서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 롯데마트, 롯데건설의 전 협력업체 대표들로 이뤄진 ‘롯데갑질피해자연합회(연합회)’가 롯데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를 하면서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회의 주장이 롯데쇼핑에 집중되는 것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슈퍼, 롯데마트 등 롯데그룹의 주요 유통계열사가 롯데쇼핑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갑질 사례를 발표했다.

연합회에 따르면 롯데마트에 육류를 납품했던 육가공업체 신화는 롯데마트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물류비·판매사원 인건비·세절비·제품 품질 컨설팅 업체 지급수수료 등 각종 비용 떠넘기기 ▲신용카드 판촉행사 비용 최대 50%까지 전가 등을 저질렀다. 

이 때문에 신화는 총 177억원의 손실을 보고 현재 법정관리 상태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지점 입점업체였던 아리아는 2007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러시아 모스크바 소재 롯데백화점 지하1층에 입점 계약을 맺고 레스토랑을 운영하다 계약기간 만료를 2년 가량 앞두고 2016년 9월 매장에서 강제 철수를 당했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2013년 8월 백화점 측이 주류 판매허가를 받지 않은 아리아에 연회 준비를 위해 술을 사다 보관하라고 요구했고, 요구한 시간에 사다 보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을 일주일간 중지시킴은 물론 이에 항의한 매장 직원을 강제해고 했다.

이 외에도 롯데는 수년 동안 협력업체에 ▲원가 이하의 납품 요구 ▲물류비·인건비 떠넘기기 ▲납품업체 몰래 과다한 판매수수료 책정해 떼가기  ▲중소기업에 합작회사 설립을 제안했다가 설립 비용 떠넘기기 등의 갑질을 저질렀다고 연합회는 주장했다.

또한 연합회는 롯데가 갑질 이후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회유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 업체들이 만난 롯데 동반성장팀은 협력업체들을 회유했고, 롯데윤리위원회는 비윤리적인 회유로 일관했는데,  체결하지도 않은 계약서, 협력업체들이 요청하지 않은 할인행사에 대한 요청서 등 사실을 은폐하려는 문서들이 오갔다고 폭로했다.

롯데닷컴, 이어지는 영업적자·갑질 과징금 철퇴에 당혹

롯데닷컴도 몇 년째 계속되는 영업적자와 갑질로 인한 공정위 과징금 철퇴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롯데닷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닷컴은 지난 2014년부터 영업적자에 시달렸다. 

롯데닷컴은 지난 2014년 7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선 이후 ▲2015년 82억 ▲2016년 96억 ▲2017년 21억원의 영업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매출액도 지난 2014년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2015년 2050억원 ▲2016년 2042억원  ▲2017년 1946억원 등 3년간 매년 감소 추세에 접어 들었다.

이렇듯 실적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롯데닷컴은 최근 납품업자에게 상품 판매대금 지연지급 및 판촉비용 떠넘기기 등 갑질을 저질러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1억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닷컴은 2013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개 납품업자에게 지급해야 할 상품 판매대금 1700만원을 법정 지급 기한인 40일이 지난 뒤 지급했고, 약 27만원의 지연이자도 주지 않았다. 다만 롯데닷컴은 작년 판매대금 지연이자를 업체에 지급하며 자진 시정했다.

이 외에도 2013년 1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즉석 할인쿠폰 행사를 벌이면서 총 할인비용 174억9400만원 중 128억8700만원(74%)은 롯데닷컴이 부담하고, 46억700만원(26%)은 522개 납품업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업자들과 사전에 서면 약정을 하지 않았다.


‘갑질 기업 간 결합’ 오명…이커머스 사업, 순탄할까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달 11일 공시를 통해 오는 8월 1일자로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합병비율은 1대 0.0285254이다.

롯데쇼핑 측은 합병을 통해 온라인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고 경영 효율성도 증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강희태(59)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본점에서 열린 롯데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 간담회에서 앞으로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롯데 온라인 사업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2022년까지 롯데 이커머스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대한민국 최고의 이커머스 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에 따르면 롯데는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8개 온라인몰을 통합해 2020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의 온라인 매출(7조원)은 유통 전체 매출(40조원) 가운데 18%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유통 전체 매출 목표 60조원 중 2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롯데가 심혈을 기울인 이커머스 사업은 출발부터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닷컴의 합병이 ‘갑질 기업 간의 결합’이라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비쳐져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롯데쇼핑 관계자는 “갑질 논란과 관련해선 여러 계열사의 입장과 협력사의 주장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며 “공정위나 조정원 등의 판결에 따라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커머스 사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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