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중국업체와 계약 추진 이후 기내 결식 사태 초래
기내 결식, 납품 하청업체 대표 자살 등 대처에

기내 결식 사태와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 등 아시아나항공이 악재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사태를 초래한 박삼구 회장의 책임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내 결식 사태에 이은 납품업체 대표의 자살 등 아시아나항공이 악재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초래한 박삼구 회장의 책임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기내식 공급 차질로 인한 운항 지연, 기내 결식 사태와 기내식 공급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 등 연이은 악재를 맞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칭따오 세브란스병원 착공식과 아시아나항공 주최의 중국 칭따오 KLPGA 골프 대회 점검 등으로 중국으로 출국해 3일 오전 현재 귀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수장이 수습은 뒷전에 두고 해외에서 사태를 지켜보기만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 사태는 일파만파, 박삼구 회장은 뒷짐만

박 회장은 기내식 대란이 터지기 직전인 1일 오전 9시에 인천발 칭따오행 OZ317편을 타고 출국했다. 박 회장이 탄 비행기편은 기내식이 정상적으로 공급됐으며 지연 없이 정시에 출발했다.

이 후 10시부터 본격적인 기내식 대란이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기 51편의 운항이 연이어 지연됐다. 기내식 공급 차질로 운항이 늦어져 4시간이 지나서 이륙한 상황이 발생했다. 심지어 36개편은 기내식을 싣지 못하고 노밀(No Meal)상태로 이륙했다.

승객들은 연이은 지연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승무원 역시 식사조차 하지 못하고 근무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다음날인 2일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하청업체의 윤(57)모 대표가 납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윤 대표는 2일 9시경 인천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기내식 납품 물량을 맞출 수 없는 작은 규모의 하청업체 대표는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꼈다.

당일 오전 11시 30분에 박 회장은 연세대의 ‘칭따오 세브란스병원’ 착공식에 참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박 회장은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도 기내 결식 사태에 연이어 터진 사건에 대해 바로 귀국해서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았다. 3일 오전 현재 박 회장은 귀국하지 않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박 회장이) 3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일 오전에 하청업체 대표가 자살했다는 내용을 보고받아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사태에 대한 책임감으로 즉시 귀국과 함께 상황을 바로잡고 하청업체 대표의 죽음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대표 윤(57)모씨가 필요 물량을 맞추지 못한 심리적인 부담으로 자살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대표 윤(57)모씨가 필요 물량을 맞추지 못한 심리적인 부담으로 자살했다(자료-MBC뉴스 화면 캡처)

◇ 사태의 전말, 박삼구 회장의 욕심(?) 탓

이번 ‘노밀(No Meal)’ 사태는 사실상 예견된 결과였다.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준비 부족이 그 원인이었다.

원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는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 LSG스카이셰프코리아였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업체를 LSG에서 돌연 중국 하이난항공의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와 계약했다. 이 때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대주주 지분(42%)을 되찾기 위해 자금 마련을 하는 시기였다. 

하이난항공은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인수하고 아시아나항공에 30년간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내 문제가 생겼다. 올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건설 중인 기내식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급한대로 소규모 회사 '샤프도앤코'와 3개월 단기 계약을 맺었다.

샤프도앤코는 지난 1일 0시를 기점으로 기내식을 공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납품 물량에 한계가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필요한 하루 기내식은 2만5000인분이지만 납품 능력은 하루 3000인분 정도의 기내식을 공급하는 규모의 작은 업체였다..

당시 LSG와 기내식 공급 연장 계약을 파기하고 업체를 변경한 것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루프트한자그룹은 지난해 8월 LSG와의 거래를 파기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공급계약 협상 과정에서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16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 달라고 부당하게 요구했다”며 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LSG는 “기내식 사업 계약을 빌미로 금호홀딩스 지원을 요구한 것은 불공정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LSG가 주장하는 액수는 하이난그룹이 매입한 금호홀딩스의 BW 1600억원과 그 금액이 일치한다.

당시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중국 하이난사와의 제휴로 유입된 자금을 통해 금호아시아나 오너 일가가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다시 굳건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 아시아나항공 기내 결식 사태와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공급하는 업체인 샤프트앤코의 하청업체 대표가 2일 오전 9시 경 인천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채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해당 업계 및 직원들에 의하면 아시아나항공 출항 지연 사태로 인해 A대표는 업체가 공급하는 물량이 생산하는 물량에 비해 월등히 많아 큰 심리적 압박을 받아 자살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재 경찰은 해당 회사 임직원들과 유족들을 상대로 A씨의 사망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사흘째 이어지는 데에 대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공식 사과에 나섰다.  

김 사장은 3일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 ‘고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려 이번 기내식 공급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사장은 “이번 기내식 공급 업체 변경 과정에서 기내식 서비스에 차질이 생겨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면서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시행 초기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하청업체의 대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구나 고개를 숙여야 할 사람은 김수천 사장이 아닌, 그룹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무리한 욕심을 부려 작금의 사태를 초래한 박삼구 회장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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