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번 연속 동결 결정…한미 금리 역전폭 0.5%p로 유지
미‧중 무역전쟁‧고용한파 등 이유…금리인상 불씨는 남겨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중앙)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 중앙)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로 또다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8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그간 금융권 안팎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고용한파 등을 이유로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한은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이로써 한은은 지난해 11월 연 1.25%의 금리를 0.25%포인트(p) 올린 이후 8개월째 금리를 동결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에 금리 동결을 유력하게 봤다. 전날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금리를 올리기엔 경기 여건이 탄탄하지 않다는 평가에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에 그쳤다. 올해 초보다 올라왔지만 아직은 한은 목표(2%)와 차이가 크다.

고용시장은 지난달에도 취업자 수가 10만6000명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싸늘한 분위기다. 올해 고용 흐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으로 평가된다.

한국경제의 하반기 이후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대북정책을 포함해 국내외 여러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가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황이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큰데, 한국은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칫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3% 성장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은은 다섯 번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작년 11월 금리인상으로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었지만 다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사상최저 금리보다 겨우 한 단계(0.25%포인트) 높은 수준이 8개월째 이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정책금리와의 차이는 0.5%포인트로 유지됐다.

한미 정책금리는 올해 3월에 뒤집혔고 6월에 연준이 금리를 재차 올리며 역전폭이 커졌다.

당초 금융시장에서는 7월 금리인상 기대가 많았는데 경기 논란이 불거지며 분위기가 크게 변했다. 지금은 8월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부터 올해 금리를 올리면 안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그럼에도 한은은 여전히 금리인상 불씨를 살려두고 있다.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놔야 금융위기가 다시 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한은 시각으로 통화정책 여건을 보면 올해 잠재성장률(2.8∼2.9%) 이상 성장세가 유지되고 물가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내외금리차나 가계부채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미 금리역전 폭은 연말엔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미 연준은 9월과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금리차가 더 확대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연말 양적완화(QE) 종료를 예고하고 캐나다도 11일(현지시간) 올해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다른 선진국도 긴축 흐름이다.

금리차가 곧바로 자본유출로 이어진다는 불안감은 예전보다 약한데, 지금도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그럼에도 만에 하나 실제로 자본이 빠져나가면 한국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순 없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소득에 비해 빠르게 늘고 있다.

직전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금리인상에 방점을 찍었다. 이번에 소수의견이 나왔다면 금융시장에선 8월 인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의 초점은 8월 금통위 소수의견 여부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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