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 자료 입수 과정 및 제 3 업체로 기술 자료 이전…위법"
두산인프라코어 "자체 시정 노력했지만 미흡한 점 인정"

23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3억7900만 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핵심기술 자료를 제3자에 빼돌리는 '얌체 짓'을 일삼아온 두산인프라코어(대표 손동연·고석범)가 업계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는 하도급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두산인프라코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 및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두산인프라코어는 하도급거래공정화에관한법률(이하 하도급법) 위반 혐의(중소기업의 기술 유용)에 대해 공정위에 소명했던 바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삭기 부품의 구매 가격을 낮출 목적으로 부품 공급업체를 변경하는 시도를 했고, 그 과정에서 기존 납품업체의 기술자료를 해당 부품의 새로운 공급처가 될 업체에게 전달하여 그 업체가 부품을 개발하는데 활용하토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2010년부터 자신의 굴삭기에 에어컴프레셔를 장착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에어컴프레셔는 그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라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모두 납품받아 오고 있었다.

에어컴프레셔는 압축공기를 분출하여 굴삭기나 작업자의 옷에 묻어있는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로 굴삭기에 장착된 상태로 사용된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납품받은 에어컴프레셔는 그 수량이 연간 3000대 정도였고, 1대당 가격은 에어컴프레셔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 모델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50만원대였다.

지난 2015년 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에 에어컴프레셔의 납품 가격을 18% 정도 인하할 것을 요구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이 그 요구를 거절하자, 이노코프레이션의 에어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자신이 새로운 공급처로 지목한 제3의 업체에게 2016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전달하여 그 업체가 에어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유용한 이노코퍼레이션의 도면 31장은 에어컴프레셔 각 모델별 제작 도면으로, 특히 에어컴프레셔의 핵심부품인 에어탱크 제작에 필요한 용접·도장 방법, 부품 간 결합위치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신이 유용한 이노코포레이션의 도면 31장 중 11장은 이노코퍼레이션과의 거래 과정에서 ‘승인도’라는 명칭으로 이미 확보해 둔 상황이었고, 나머지 20장은 제3의 업체에 에어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 줄 목적으로 2016년 2월과 3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적으로 요구하여 제출받았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정위 소명 당시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기술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목적을 ‘에어탱크의 균열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료 요구 직전 1년 동안 이노코퍼레이션이 납품한 에어컴프레셔 약 3000대 중 에어탱크 부문에 하자가 있었던 것은 단 1건에 불과했고, 그 하자의 내용도 에어탱크 균열이 아닌 에어탱크를 지지대에 부착하는 ‘용접 불충분’이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추가로 제출받은 도면 20장은 모두 수일내(3일에서 10일 사이)에 제3의 업체에게 전달됐으며,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도면을 요구한 목적은 바로 그 제3의 업체의 에어컴프레셔 개발을 지원해주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노코퍼레이션에 대해 도면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구한 행위는 ‘정당한 사유’로 볼 수 없으며, 기술 자료 유용 이전의 그 요구 행위는 별도의 또다른 하도급법 위반 행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도급법에서는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는 것을 법 위반행위로 명시하고 있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신으로부터 도면을 전달받은 제3의 업체가 에어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 2016년 7월부터 납품을 시작하자 에어컴프레셔 납품업체를 이노코퍼레이션에서 그 제3의 업체로 변경했고 이노코퍼레이션은 2017년 8월 이후 에어컴프레셔 공급 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또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로부터 굴삭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받아 오던 중 지난해 7월 코스모이엔지가 냉각수 저장탱크의 납품 가격을 인상해달라고 하자, 이를 거절하고, 코스모이엔지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2017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5개 사업자에게 전달하여 그 사업자들이 냉각수 저장탱크를 제조하여 자신에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사용토록 했다.

공정위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도면을 전달받은 5개 사업자 간에는 거래조건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의 5개 사업자에 대한 도면 전달 행위는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품 납품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 행위로서 하도급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 요구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원사업자는 하도급업체에 대해 기술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데, 그 경우에는 반드시 ▲기술자료 명칭ㆍ범위 ▲요구 목적 ▲요구일ㆍ제공일ㆍ제공 방법 ▲비밀 유지 방법 ▲기술자료 권리 귀속 관계 ▲대가 및 대가의 지급방법 ▲요구가 정당함을 입증할 수 있는 내용 등 7가지 사항이 기재된 서면에 의해야 한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30개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부품 제조에 관한 기술 자료를 제출받아 보관해 오고 있었는데, 그 기술 자료를 요구함에 있어 서면을 통한 요구 방식을 취한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으며, 해당 도면의 총수는 382건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술유용은 중소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중소기업의 혁신 유인을 저해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가장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기술유용에 대한 공정위의 엄정한 대처 의지가 표명되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시정 노력을 계속 해왔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추가로 지적되는 사항들에 대해서도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공정위의) 형사고발 이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