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반올림, 중재 합의 서명식…“조정위 중재안 무조건 수용”
조정위, 이르면 9월 최종 중재안 발표…반올림, 천막농성 끝내

25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반올림 농성장에서 열린 농성 해단 문화제에 고(故)  황유미 씨의 영장사진과 꽃 한송이, 축하떡이 놓여져 있다.(사진-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반올림 농성장에서 열린 농성 해단 문화제에 고(故) 황유미 씨의 영장사진과 꽃 한송이, 축하떡이 놓여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면서 촉발된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문제가 11년만에 해결 방법을 찾았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이르면 오는 9월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내놓을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보상기준을 조정위가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인데, 이 때문에 최종중재안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반올림‧조정위는 지난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소재 법무법인 지평에서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 서명식’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약속했다. 

이날 삼성전자에서는 김선식 전무가, 반올림에서는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인 황상기 대표가, 조정위에서는 김지형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들 3자가 이날 서명한 합의문은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향후 조정위가 마련할 중재안을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무조건으로 수용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회자도 이날 서명식의 성격에 대해 “최종 중재안에 서명하는 것이 아니고, 조정위가 중재안을 만드는 데 위임하는 것을 서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황상기 대표(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중재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조정위 3자간 제2차 조정재개 및 중재방식 합의서명식'에서 반올림 황상기 대표(왼쪽부터), 김지형 조정위원장, 김선식 삼성전자 전무가 중재합의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재 대상은 ▲새로운 질병보상규정 및 보상절차 ▲반올림 피해자 보상방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권고안 ▲재발방지 및 사회공헌 방안으로 명시했다.

삼성전자의 의무에 대해선 ‘중재안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중재안을 이행한다’고 명시했다.

반올림도 ‘합의가 이뤄지는 날을 기준으로 수일 내 삼성전자 앞에서의 농성을 해제할 것’과 ‘중재안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반올림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보상받는 데 필요한 사항을 이행할 것’을 의무로 명시했다.

반올림의 황 대표는 서명식에서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0년 넘도록 긴 시간 동안 해결하지 못한 건 참으로 섭섭한 일”이라며 “정부도 회사도 존재하는 이유를 안 물어보려야 안 물어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환영한다”며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김 전무는 “중재방식을 수용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완전한 문제 해결만이 발병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는 조정위가 타협과 양보의 정신에 입각해 가장 합리적 중재안을 마련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조정위의 향후 일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형 조정위원장은 “앞으로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할 일도 많다"며 "최대한 절차를 촉진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위는 앞으로의 절차를 위해 산하에 자문위를 설치하고, 전문가 중심의 사회적 논의 절차를 밟아나갈 예정이다.

또한 조정위는 오는 8∼9월 중재안 내용을 논의해 마련하고,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2차 조정 최종 중재안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10월 안에 삼성전자가 반올림 소속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완료한다.

조정위 계획대로 중재안 합의와 삼성전자의 피해자 보상이 연내 마무리되면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약 11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한편, 반올림은 서명식 다음날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3년 가까이 이어오던 천막 농성을 끝내는 해제 문화제 ‘참 감사해 유(YOU), 꼭 승리해 유(YOU)’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백혈병 피해자와 그 유족 및 가족,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단체 ‘반올림’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농성장에서 농성 중단을 앞두고 해단 문화제를 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 한혜경씨 어머니인 김시녀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반올림’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 농성장에서 농성 중단을 앞두고 해단 문화제를 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피해자 한혜경씨, 공유정옥 반올림 간사, 한혜경씨 어머니인 김시녀씨,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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