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난민수용' 문제를 놓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1만명이 참여하는 등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그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던 정부가 소극적이나마 답변을 내놨다. 

청와대는 1일 '난민 반대 국민청원'에 대해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반적 상황을 재검토해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SNS 생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최근 제주도의 예멘인 등 난민 수용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넘어 찬반 공방으로 불거지자 난민법 폐지는 사실상 어려운 현실을 피력하며 대신 '허위 난민'의 입국을 막기 위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이번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하고, 이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청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를 밝힌 셈이다. 

이번 청원은 '난민 입국 규제를 강화시켜달라'는 내용으로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인 71만여명이 참여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허위난민'을 막기 위한 난민 심사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장관은 "난민 신청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며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전염병, 강력범죄 여부 등을 엄정한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난민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명백한 신청자는 정식 난민심사 절차에 회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며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난민 브로커에 대한 처벌 조항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부족한 난민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는 한편, 국가정황정보를 수집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경우 현재 불복 절차까지 포함해 2∼3년에 달하는 난민심사 기간이 1년 내로 단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아울러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게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제주도 무사증 제도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부작용도 있지만,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도 있다"며,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시행되는 만큼 제주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4월 30일 제주 무사증 입국 후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의 거주 지역을 제주도로 제한하는 한편, 6월 1일 예멘을 제주 무사증 불허 국가에 추가해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해 난민 신청하는 예멘인은 더는 없다.

박 장관은 "예멘인 전체 난민신청자에 대한 심사는 9월 말께 완료된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국사회 법질서 교육을 했고, 법무부 차관도 제주를 방문해 제주지사 등과 함께 도민 불안 해소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난민협약에 가입한 142개 나라 중 협약을 탈퇴한 나라는 없다"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난민으로 인정되면 우리 법질서와 문화에 대한 사회통합 교육을 의무화하고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해 정착을 지원하고 관리할 것"이라며 "난민이 수동적으로 지원을 받는 데 머무르지 않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자립할 수 있게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 "서구 사회에서 대규모 난민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고 국제적 책무도 이행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 난민 정책이 필요하다"며 "시민사회, 종교계, 지방정부, 법조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출연한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상해임시정부도 일제의 박해를 피해 중국으로 건너간 정치적 난민이 수립한 망명정부였다"며 "우리도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난민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