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회장, 회삿돈 횡령 전과 있어 도덕성 논란
박 씨 일가의 경영 능력에 갸우뚱한 시선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위)과 박정빈 신원그룹 부회장(아래)

박정빈 신원그룹 부회장이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돼 교도소 수감 중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형기가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일선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오너의 ‘횡령 비리’ 이력을 문제 삼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다.

또 전문경영인을 내보내고 오너일가가 경영을 맡은 뒤 갑자기 경영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 박 씨 일가의 경영 무능을 지적하는 외부의 시선이 싸늘하다.

게다가 현재 교도서에서 징역을 살고 있는 박 부회장의 아버지 박성철 회장이 감옥에서 조차도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어 “소위 ‘아버지빽’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 아니냐”는 의문 등 박 부회장의 복귀를 놓고 뒤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얘기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 말투가 거칠다.

◇ 박 부회장 회사자금 횡령으로 현재 가(假)석방 상태…회삿돈이 자기돈?

박 부회장은 박 회장의 차남으로 2015년 당시 유력한 차기 신원 후계자였다. 하지만 2015년 11월27일 법원은 회사돈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경범상 횡령)로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박 부회장은 회사자금 47억원을 빼돌려 주식 투자를 했고, 이후 또 다시 28억원을 본인의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 이 과정서 후계자 지위를 이용 문서까지 위조했다. 이에 횡령 등의 혐의가 인정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신원그룹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회사자금 75억원을 횡령해 죄질이 무겁다”고 밝히며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해 구속한다”고 판시하고 박 부회장을 법정 구속했다.

2016년 5월20일 2심인 고등법원서도 박 부회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은 1심보다 낮춰진 2년6개월이 선고됐다. 하지만 그해 10월13일 대법원에선 박 부회장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징역 3년의 유죄확정 판결이 났다.

‘박 부회장이 신원의 자기자본 4.06%에 달하는 금액(75억7800만원)을 개인 투자 목적으로 횡령했던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에 재판부의 생각이 일치했다.

◇ 박 부회장의 아버지 박성철 회장도 현재 교도서 수감 중…오너일가...왜?

박 부회장의 아버지 박 회장도 같은 시기 파산·회생절차서 300억원대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사기(특경범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파산·회생 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뒤흔든 행태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당시 오너 본인은 딴 주머니는 차고 임차한 ‘타인의 돈은 망실되든 상관없다’는 식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는 원성의 목소리가 드높았다.

◇ 복귀 부적절하다는 지적 나오는 와중에도 성급한 컴백…배경은?

신원그룹은 박 씨 일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주)신원을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따라서 오너 일가의 차기 실세로 여겨지는 박 부회장이 횡령에 따른 가석방 중임에도 불구하고 경영 일선으로 복귀가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는 2001년 4월 24일에 광고대행 및 주식소유를 통한 타법인의 사업내용 지배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말 기준 수감 중인 박성철 회장이 전체 지분의 39.22%를 장남인 박정환 씨가 13.14%, 차남인 박 부회장이 20.03%, 삼남인 박정주 씨가 12.73%를 가지고 있어 사실상 박 씨 일가 소유의 회사다.

한편 (주)신원은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28.38%), 우리사주(9.83%), 법인의 자기 주식(11.49%) 등 동일인 측이 52.16%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즉, 박 씨 일가가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주)신일을 간접 지배하고 있어 오너 일가인 박 부회장의 복귀가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 박씨 일가의 경영 능력, 이대로 괜찮나?

오너 일가의 도덕성이 도마에 오른 가운데 경영 능력마저 의문 부호가 달린다.

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의 삼남인 박정주 씨는 2016년 4월 대표로 부임했다. 그 이전 3년간은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었다.

주목할 점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흑자를 내던 신일그룹이 족벌경영이 시작된 후 돌연 적자로 돌아선 점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2015년은 그래도 영업이익 142억원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족벌경영이 시작된 2016년에 영업이익 139억800만원, 당기순손실 49억5000만원으로 갑자기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손실 83억9000만원이다.

족벌경영의 실패가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대목이다.

◇ 신원그룹 측 “경영 의사결정의 부재...빠른 복귀 불가피”

신원그룹 측은 경영 사령탑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신원그룹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박 부회장이 봉사활동 등의 사회활동을 통해 많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경영상 의사 결정자의 부재로 인해 박 부회장의 이른 복귀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너일가의 경영 무능을 문제삼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맡았을 때 공교롭게도 적자가 드러난 것일 뿐 사실상 초라한 경영 성적은 그 이전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잘못한 탓이 더 크다”며 한발 빼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신원그룹은 매주 월요일 아침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이른바 ‘월요예배’를 올린다. 회사는 계속 적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횡령 비리 전과가 있는 대표가 경영일선에 복귀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어떤 기도를 올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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