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인적‧물적 손해 모두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에 포함
일각 "법 개정 해도 이전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소급적용은 어려울 수 있어"

본닛이 불타고 있는 BMW 520d
본닛이 불타고 있는 BMW 520d

연이은 화재 사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BMW에 대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뿔난 고객들이 줄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정부마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화재 사태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7일 정부 등에 의하면 국토교통부(장관 김현미)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강화' 등의 내용을 주요 골자로하는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 이달 중 법령 개정 등 관련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먼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란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반사회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의 입증된 재산상 손해를 크게 상회하는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이는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만을 보상하는 보상적 손해배상과는 달리, 불법행위가 반복되는 상황을 막고 다른 사람이나 기업 등이 유사한 부당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예방하기 위한 형벌적 성격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 제도가 적용되면 문제를 일으킨 해당 기업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가 존립이 흔들릴 만큼의 배상을 할 수 있어 소비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현재 제품 결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이다. 제조물책임법(제3조)상 제조업자가 결함을 알면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피해를 주면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해야 한다.

따라서 연이은 BMW 화재사고는 아직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제조물책임법 상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이법은 재산상 피해 범위에 ‘제품에만 발생한 손해’는 포함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발생한 BMW 화재 사고는 제조물인 차량에만 손해가 발생했다.

따라서 국토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강화를 포함한 ‘자동차 리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이달 중 법령 개정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BMW 리콜 결정 및 이후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종합적인 리콜 제도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검토되는 것은 BMW가 리콜을 결정하기 전까지 정부의 자료 제공 요구를 거부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등 리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 등 성능시험대행자가 자동차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제작 결함을 직접 조사하고 사고 차량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자동차 회사에 대해 리콜과 관련한 자료 제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자료를 제출할 때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 결함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늑장 리콜에 대해서는 매출의 1%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규정은 있지만 은폐 등에 대해서는 벌칙이나 처벌은 가능하되 과징금 부과는 근거가 부족하다.

국토부는 턱없이 부족한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조사 인력을 현재 13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35명으로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조사 분석 인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미흡해 이번 BMW 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간 실효성 있는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국토부는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조사관의 연간 조사 건수는 0.4건인데 비해 자동차안전연구원은 1.4건으로 3배에 달한다.

국토부는 BMW 사태와 관련해서는 화재 원인 조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계와 연구원 및 시민단체 전문가 10인 내외로 민관 전문가 집단을 구성할 방침이다.

논란이 된 지난 4월 환경부 리콜과 관련해서 이번 화재와 상관성도 조사할 예정이다.

BMW는 4월 이번에 문제가 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이유로 환경부 승인을 받아 5만5000대에 대한 리콜을 시행했으나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아 국토부는 이에 대해 조사를 하지 못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내부의 심도 있는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해당 대상이 법 시행 이후 공급되는 제조물로 한정돼 이번 BMW 사태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아 이미 발생한 사태에 대한 보상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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