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현장서 노동자 추락사…사측, 폭염 속에도 작업 강행
5m 높이서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건설현장 환경도 열악했다 주장

대방건설에서 시공 중인 전주 효천지구 대방노블랜드(사진-대방건설 홈페이지 캡처)
대방건설에서 시공 중인 전주 효천지구 대방노블랜드

오너 2세인 구찬우 사장이 이끌고 있는 대방건설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최근 건설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고 원인을 두고 최근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 작업 인부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회사측의 무리한 작업 강행으로 이같은 사망사고를 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고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도급순위 30위권 안에서 지난해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려놓고도 막상 근로자들이 일하는 공사현장은 근로조건이 최악의 상태였음이 드러났다.

대방건설 측은 노동자 개인의 사유가 원인이라는 입장이지만, 폭염 속 현장에는 안전장치 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사고가 예견된 것이라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전국건설노동조합 및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후 2시 대방건설이 시공하는 전라북도 전주 효천지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노동자 박모(66)씨가 5m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은 사고가 발생하자 119에 신고했고, 박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현재 경찰이 사고에 대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박씨가 추락사한 원인에 대해 35℃ 안팎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데도 회사측이 작업을 강행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씨가 사고를 당한 날 공사 현장은 폭염경보가 내린 상태였는데, 현장팀장이 이날 오전 사측에 무더위로 인한 작업시간 조정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공정상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
구찬우 대방건설 사장

현장에 있던 박씨의 동료들은 그날 박씨가 무더위 속에서 계속된 작업으로 정신을 먼저 잃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특히 박씨는 5m 높이의 추락방지 안전망도 없는 비계(작업발판)에서 거푸집 결합 작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나 사측의 안전불감증이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박씨가 사망한 건설현장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은 하루 300여 명이 일하는 현장에 화장실은 고작 몇 칸에 불과했고 물 한 방울 제대로 나오지 않은데다, 더위를 피할 그늘막 하나 없어 노동자들이 쪼그려 앉아 잠시 쉬는 게 전부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렇듯 박씨의 사망사고는 대방건설의 미흡한 공사현장 관리‧감독과 함께 폭염 속에서도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건설노조는 지난달 발표한 관련 성명에서 “고용노동부는 규칙 개정을 포함한 폭염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지만, 현장에서 전혀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3.7%가 아무데서나 쉰다고 답했으며, 그늘지거나 햇볕이 완전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3%에 불과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기(9.7%)보단 있어도 턱없이 부족(56.9%)하거나 아예 없다고(33.3%) 답했다.

그 결과 폭염기간 동안 1~5차례(41.3%) 본인이나 동료가 실신하는 이상 징후를 보며(48.4%) 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면서 건설 노조는 “노동부는 폭염이 건설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현장노동자에 대한 작업 중지권 보장, 충분한 휴게시간 보장, 휴게시설 확충, 생수 및 제빙기 추가설치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방건설 측에 사고 대책과 근로 개선방안에 대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회사측 관계자는 "알려진 대로만 써달라"며 "더이상 자세한 것은 모른다"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현장 안전관리자와의 취재연결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대방건설을 이끌고 있는 구찬우 사장은 창업주 구교운 회장으로부터 2009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오너 2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방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은 9323억원, 영업이익 2102억원을 올렸다. 당기순이익도 1306억원으로 전년도 893억원보다 46%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대방건설은 노블랜드㈜를 비롯해 9개의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데, 이 중 대방하우징㈜, 대방주택㈜, 노블랜드㈜, 디비건설㈜, 디비산업개발㈜, 대방이노베이션㈜ 등 6개는 대방건설이 100% 지분을 갖고 있고, 대방디엠시티㈜, 대방덕은㈜, 대방건설동탄㈜ 등 나머지 3개도 95%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대방건설의 최대주주는 전체지분(39만200주)의 71%를 보유한 구찬우 사장이다. 2대 주주는 매제인 윤대인 대방산업개발 대표가 29%를 갖고 있다.

그러면서 대방건설은 지난해 166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전년도 80억원에 비해 두배 이상의 배당을 실시하면서도 친인척 등 특수관계자(종속회사)에게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챙겨줬다. 

오너일가 주머니로는 수십에서 수백억원이 채워진 상황. 그러나 정작 아파트 시공현장의 폭염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게는 흔한 휴게실,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주지 않고 공사 기간만 재촉하며 결국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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