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서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 검토 주문
대기업 면세점, 파이 감소 우려…중견‧중소 면세점, 새 기회 열려 환영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구역 모습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자 면세점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관계부처에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 검토를 주문했기 때문인데, 대기업 면세점들은 파이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면 중견‧중소기업 면세점은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면서 환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가진 수석·보좌관회의에서의 모두 발언을 통해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관계부처에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해외여행 3000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어서 (관광객들이) 시내나 공항 면세점에서 산 상품을 여행 기간 내내 휴대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관광수지 적자가 해마다 늘고 국민의 국내 소비 증가보다 해외 소비 증가율이 몇 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해외여행을 하는 국민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할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입국장 면세점은 해외 여행객이 출국할 때 면세품을 구매해 입국할 때까지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공항이나 항만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대해 국민 다수가 찬성하고 있었지만, 기내면세점을 운영하는 대형항공사와 출국장 면세점 운영 대기업 등의 반발 때문에 도입되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로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자 대기업 면세점들은 파이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고, SM면세점과 시티면세점 등 중견·중소 면세점들은 환영의 뜻을 보이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허용되더라도 대기업의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데, 과거 관세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입국장 면세점에 중견·중소기업만 들어올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 면세점들은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될 경우 기존 출국장 면세점이나 시내 면세점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기업 면세점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입국장 면세점보다 구매한 면세물품을 찾아가는 곳인 입국장 인도장을 만들거나, 현재 600달러인 1인당 구매 한도를 늘리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입국장 면세점이 현실화할 경우 출국장 면세점 수요 일부가 입국장 면세점으로 이전될 수 있어 기존 출국장 면세점 임대료 계약도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견·중소면세점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린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만약 입국장 면세점 도입이 현실화되면 국내 여행객의 상당 부분이 시내면세점과 출국장 면세점에서 입국장 면세점으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과 기획재정부도 지난 설 연휴 발생한 면세품 인도장 대란이 항공기 지연사태로까지 이어지자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입국장 면세점 설치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 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해 대형 항공사의 기내면세점 독점을 막는 내용의 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입국장 면세점 설치와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유권해석에 의지해 면세점에서 판매해온 내국 물품 관련 법 조항을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법안과 관련해 “국내항공사 등 관련업계의 극심한 반대로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입국장 면세점 설치가 무산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국가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소수 기득권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과 사회적 편익 증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