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감독 "누워있으면 괜찮다. 주변에 알리지 말라"
쓰러지기 전날도 같은 증상 보였지만 다음날 또 공연하다 쓰러져

잠실 롯데월드 테마파크
잠실 롯데월드 테마파크

롯데월드 인형탈 아르바이터가 폭염 속 열사병으로 실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롯데월드 측은 직원이 열사병으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즉시 구급대를 부르지 않고 직원들을 입단속했다는 증언이 나와 롯데월드 측의 사고 대응 태도에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MBC 단독 보도에 따르면 롯데월드 인형탈 아르바이터 황모씨는 지난달 말 체감온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 공연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경련증상까지 보였다.

황씨는 인터뷰를 통해 "호흡이 안돼 약간 비틀 비틀거린 것 같다. 그러다 쓰러진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한다"며 "천장이 유리로 되어 있어 햇빛이 다 들어온다. 너무 더워 지치고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런 황씨를 본 직원들이 119에 연락하려고 하자 현장감독이 '누워있으면 괜찮다'면서 주변에 알리지 말라 했다고 동료직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사고 발생 1시간 정도가 지나서 의식이 더 흐려지자 롯데월드 측은 그제서야 119 구급대를 불렀다.

대기실에서 쓰러진 채 호흡곤란 및 경련 증상을 보이고 있는 황씨(사진-MBC 보도화면 캡쳐)
대기실에서 쓰러진 채 호흡곤란 및 경련 증상을 보이고 있는 황씨(사진-MBC 보도화면 캡쳐)

고용노동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폭염 시 1시간 작업 중 15분 정도 휴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황씨의 익명의 동료 직원은 인터뷰를 통해 "밥 먹을 시간도 거의 한 10분에서 15분 정도밖에 없었다"며 "(공연) 준비 시간이 포함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롯데월드 측은 "의무실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필요한 조치를 취했고 처음 쓰러졌을 때 다른 업무를 권했으나 직원 본인이 희망해 공연에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휴식할 시간이 없었다는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선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했다며 반박했다.

문제는 열사병으로 쓰러진 황씨가 그 전날에도 유사한 증상으로 병원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황씨의 상태는 현장 감독도 알고 있었지만 황씨는 예정대로 공연에 올랐다.

정의당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황씨는 쓰러지기 전날 퍼레이드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이동하는 중 바닥에 갑자기 쓰러졌다. 황씨의 동료가 급하게 현장감독에게 황씨가 속이 많이 메스꺼워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전화를 걸었다.

현장감독은 병원에 데려가거나 의무실에 가보라고 했지만 황씨의 동료가 병원비 결제하고 영수증을 챙겨오겠다고 하자 병원에 가도 똑같으니 의무실로 데려가라는 대답을 했다.

의무실로 옮겨진 당시 황씨의 최고혈압 수치는 163을 넘어섰다. 의무실 간호사는 열사병이 의심되니 당분간 공연을 하면 안 되고, 병원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황씨는 3시간 정도 침대에 누워 있다가 조퇴했고, 다음날 스케줄표 공연자 명단에는 이름이 그대로 올라가 있었다. 황씨는 스케줄대로 공연을 진행하다 결국 열사병으로 실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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