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노조 와해 공작 논란…지인 통해 회유‧협박 일삼아

지난 28일 부방유통안양이마트지회가 안양 동안구 이마트 안양점 앞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지난 28일 부방유통안양이마트지회가 안양 동안구 이마트 안양점 앞에서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최근 회사의 근로조건 개선을 내걸고 노조를 결성해 단체교섭을 하던 노동자 대표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취지의 글을 남기고 음독 자살을 기도해 충격을 주고 있다.

"회사가 조합원 탈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한 노동자가 이 말을 남기고 음독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을 시도했던 이는 마트산업노조 경기지부 부방유통안양이마트지회장 이 모(41) 씨.

그는 신세계 이마트와 부방그룹이 가맹협약을 맺어 자회사인 부방유통에서 운영‧관리하는 안양이마트 매장에서 일해왔다.

이 지회장은 회사가 수년째 근로자의 작업환경과 임금, 인사체계 등에 문제를 제기해오다 노조를 설립, 단체교섭을 하던 중 회사의 회유와 협박 등 부당 노동행위에 못이겨 음독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오전 7시 이 지회장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오후 1시경에야 의식을 회복했다. 이 지회장은 이날 오전 2시께 동료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압박과 회유...폐를 끼친 분들에게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SNS 메시지를 남겼다.

조합원들은 신생노조인 안양이마트지회 노조 설립 과정부터 사측의 회유와 협박이 이어져왔으며, 조합 결성 이후에는 복수노조를 이용해 사측의 어용노조까지 시도했다고 전했다.

또 개별적으로 직원들에 접촉하며 승진, 인사를 거론하며 회유와 협박을 통한 '조합원 빼내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달 16일 1차 교섭이 끝나고 회사측이 조합원 탈퇴를 강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지회장과 친한 후배는 '회사가 승진을 하려면 노조를 탈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마트산업노조 경기지부 부방유통안양이마트지회는 지난 28일 안양 동안구 이마트 안양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노동행위로 노조 지회장이 음독에 이르게 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규탄했다.

쿠첸으로 유명한 부방그룹은 자회사인 부방유통을 통해 1997년부터 이마트와 가맹협약을 맺고 안양 이마트를 운영하며 한해 1000억원을 넘기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의 근로여건은 열악했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을 촉구하는 노조가 설립되고 나서도 사측은 '노조 와해 공작'에만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회장은 자신 때문에 회사 후배가 사측로부터 압박을 받는 상황을 괴로워하다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직원 단체채팅방에 "회사의 압박과 회유와 (…) 노조 탄압으로 폐 끼친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잘들 사세요. 전 이만 갈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이 회복단계에 있지만 장기손상 우려가 있어 치료를 받고 있다.

노조는 이같은 상황에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작금의 부당한 상황에 대한 공개사과와 부당노동행위를 한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노조파괴를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또 "회사가 사태해결 의지를 보여 주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거나 특별근로감독을 노동부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 지회장에 대한 산업재해보상 신청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공개사과와 책임자 처벌 △전 조합원 감정치유프로그램 실시 △사측 성실교섭 등을 요구했다. 31일에도 사측을 규탄하는 집회가 예정돼 있다.

한편 사측은 이 지회장의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당일 예정돼 있던 간부급 이상 '워크숍'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조합원들은 비도덕적 처사라며 분통해 했다.

부방그룹과 부방유통 측에 수 차례 취재차 통화를 요청했으나 담당 부문장 연결 약속만 해놓고 묵묵부답이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