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관련 3차례 소송 10년간 시간끌기, 롯데칠성 "조금이라도 과징금 줄이기 위해..."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
서울 잠실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 본사 사무실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영구이종훈)가 부당한 담합 행위를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혀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도 3차례의 불복 행정소송을 통해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고 거의 10년 가까이 시간을 끌며 '딴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여 비난이 일고 있다. 

독과점 음료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롯데칠성이 음료 가격을 인상하기 위해 해태, 웅진 등 타 음료회사와의 담합을 한 행위로 지난 2009년 공정위로부터 200억원대의 타사 대비 가장 높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시장 점유율 만큼이나 담합을 통한 가격인상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줬다는 것이다.

시작은 지난 2009년이었다. 공정위는 2008년 당시 롯데칠성, 해태음료, 코카콜라음료, 동아오츠카, 웅진식품 등 5개 음료 업체들은 사장단 모임이나 고위 임원들의 모임이나 연락 등을 통해 가격 인상의 방향과 방법을 결정하고 실무자간 정보교환을 통해 인상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음료 가격을 담합 인상했다고 봤다.

당시 공정위 관계자는 이 담합행위에 대해 "시험을 볼 때 1등을 하는 학생이 답안을 작성해 반 전체에 답안지를 돌려 점수를 끌어올리는 부정행위를 한 것과 같은 경우로 보면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롯데칠성에 226억원, 해태음료와 웅진식품에게 각각 23억원과 14억원씩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롯데칠성은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 다수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음에도 불구하고 과징금 처분에 대해 "감독당국의 제재 처분이 부당하다"며 불복, 시정명령 취소 처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2년 당시 서울고등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안영진)는 재판부는 "롯데칠성은 해태음료 등 4개 음료 회사와 짜고 4차례에 걸쳐 음료제품의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롯데칠성 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에 롯데칠성 측의 불복, 상고로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2013년 당시 대법원은 롯데칠성음료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상품 시장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재판부는 “담합 여부는 우선 관련된 상품 시장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며 “과실음료와 탄산음료 등을 구분하지 않은 채 담합으로 판단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측의 담합 행위가 전체 음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 고법과 달리 대법원은 과실음료·탄산음료·기타음료 등 상품 구분이 모호해지고 서로 대체되고 있는 만큼 해당 상품이 샘물부터 두유·스포츠음료 등을 포함하고 있어 서로 동일한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판례를 근거로 공정위는 2015년 재처분을 결정했다.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공정위는 음료시장을 과실음료·탄산음료·기타음료로 시장을 재획정하고, 세부 상품시장 별로 롯데칠성의 매출액을 산정해 이를 근거로 과징금을 다시 산출했다. 게다가 세부 상품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50%까지 감경해 금액을 산출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당시 부과했던 과징금 중 16억원을 직권 취소해 최종 210억원을 재처분했다.

하지만 역시 롯데칠성은 이번에도 행정소송을 걸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칠성은 2015년 과징금 재처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번에는 기타음료 시장을 좀 더 세분화해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결과적으로 롯데칠성은 공정위의 최초 원심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고등법원 판단에 대한 불복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했고, 대법원 판단에 근거한 공정위의 재처분에 대해 고등법원이 인용하자 또 다시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과정에서 거의 10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송을 밥먹 듯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는 2015년 재처분 이후 진행된 2017년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돌려줬던 과징금에 대해 롯데칠성 측의 의견을 근거로 재처분해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규모는 200억원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칠성 측에 의견서를 요청, 올해 8월 초에 의견서를 받았다.

이번이 최종 처분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정위 카르텔 조사과 관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롯데칠성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 안에 재처분을 할 것"이라면서도 "이론적으로는 별개의 사안에 대한 소송에 제한이 없는 만큼 롯데칠성 측이 새로운 주장을 하며 불복을 할 경우 행정소송이 추가로 진행 될 수 있어 최종 처분 시기를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롯데칠성 관계자는 "롯데칠성 측에서는 공정위 처분이 과하다고 생각해 여러 차례 소를 제기한 것이며, 일반적인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롯데칠성 측도 최대한 과징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재차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공정위의 재처분에 대해 불복 소송을 진행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공정위 처분이 나오기 전이라..."라며 "정확한 것은 처분을 받아 봐야 알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추가적인 불복 행정 소송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이영구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롯데칠성의 영업이익은 753억8367만원으로 전년보다 50% 가까이 급감했다.

롯데칠성의 부진은 올해도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칠성는 올해 상반기 매출 1조1221억원, 영업이익 320억6054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0%, 영업이익은 37.3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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