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정황에 '떠넘겼다는' 의심 지우기 어려워
정황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행법 제재 대상

대형유통업체인 농협하나로마트가 상품을 매입하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도난분실 등으로 발생한 관리 책임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 떠넘기기 행위는 유통업계 용어로 '로스 커버'(loss cover)로 불리며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재고 손실분 부담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전형적인 '갑질'행위다. 이는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로스 커버'가 농협하나로마트에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자아낸다. 제보된 내용은 매우 구체적인 정황을 담고 있었다.

우선 대형마트들이 매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에는 크게 '특정매입'과 '직매입' 두가지로 나뉜다. 

특정매입은 마트가 판매만 대행해 주는 방식으로 재고에 대한 부담은 납품업체가 진다. 

한편 직매입은 용어 그대로 마트가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 관리를 마트가 직접 하며 이에 대한 책임은 역시 마트가 진다.

즉 마트가 납품업체들로 부터 상품을 매입의 형태로 받은 뒤에는 도난이나 파손 등에 대해 마트 측에서 전부 그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마트들은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로스'를 마트측이 감수하거나, 담당 직원에게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부담케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농협하나로마트가 직매입마저 이 '로스' 부담을 납품업체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로마트에 납품해온 업체 관계자는 전국의 하나로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대부분 매장에서 '로스 커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말했다. 납품업체에 80~90%의 책임을 지우고, 나머지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손실로 처리하고 털어버린다고 씁쓸해 했다.  

실제 내부자 공익 제보를 통해 나온 '로스' 전가 과정은 그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납품업체 관계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도내 한 하나로마트 판매직원은 "분기별로 재고 조사를 하고, (손실분이) 많이 나올 때는 100만원까지 나온다. 부족분은 (납품)업체에서 채워준다"며 "(납품업체가) 지원로스분이라고 도장을 찍어서 가져오면, 검수를 안 받고 2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그 금액만큼 (로스를) 떨어준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하나로마트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한 납품업체 파견 직원은 "한 번은 전산상의 문제였던 건지 대형 상품이 한꺼번에 수십만원 어치가 없어졌던 적이 있었다"며 "그 때도 (납품)업체에서 다시 채워 넣었다. 매번 그러다보니 보안 검색 직원들도 도난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악순환된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로마트가 재고 관리 미흡으로 인한 손실 부담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겼다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납품업체 측은 거래 유지를 위해 하나로마트측의 이같은 부당 요구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 역시 가능해 보인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각 현장(개별 마트)마다 납품업체를 상대로 설문을 실시하는 등 부당 행위 파악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파악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을(乙)'의 지위에 있는 납품업체가 부당한 상황에서 '갑(甲)'을 향해 'NO'라고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과 피해 상황을 마트 측에 알린다는 것은 더욱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현행법상 '로스 커버'는 명백한 불공정행위로 제재 대상이다.  

대규모유통업법(제15조)은 '대규모유통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납품업자 등에게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하여 금전, 물품, 용역, 그 밖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어길 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하나로마트측 관계자는 "(로스 커버는) 농협 전체적으로 금지하고 계속해서 강하게 지도하는 사항"이라며 "판매하다보면 자연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인정 감모'라는 명목으로 일정 비율을 자연 소모분으로 설정해 처리토록 하고 있어 손실을 납품업체 측에 밀어낼 유인이 낮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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