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대법 판례 근거로 횡령 혐의 고객 형사고소
정작 사내 직원 횡령으로 내부 단속은 엉망

최근 유진투자증권은 고객이 이른바 ‘유령 주식’을 매도한 뒤 매각 대금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해당 고객을 형사고소했다. 하지만 고소를 당한 고객 역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글을 올려 회사와 고객간의 공방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이런 가운데 내부에서는 유진투자증권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해 퇴직처리한 사실이 있어 회사 안팎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유진투자증권(이하 유진)에 따르면, 유진은 자사 고객인 개인투자자 A씨를 상대로 실제 자신이 보유한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내다 팔고 1700만원 상당 수익을 냈다며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횡령 혐의로 형사고소 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진 고객 A씨는 보유하던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종목 665주를 전량 매도했다. 그러나 하루 전 해당 상장지수펀드는 4대1의 비율로 주식이 병합돼 실제 보유한 주식은 166주뿐이지만, 증권사 매매 시스템에 주식 병합 사실이 제때 반영되지 않은 틈에 A씨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 499주를 1700여만원에 팔았다.

이 주식이 병합될 때 자동으로 증권계좌에 반영되지 않고 ‘수작업’을 거쳐 계좌에 반영된 탓에 변동사항이 반영처리 되는 사이에 해당 거래가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유진은 상황을 파악 한 뒤 A씨에게 초과 수익을 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A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고, 현재는 자신의 계좌에서 해당 금액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 제355조 제1항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0년 대법원은 “송금 절차 착오로 은행 계좌에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증권사는 이 판례를 근거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고지했고, 고객 A씨는 금융감독원에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하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금감원이 분쟁조정 신청된 이 안건을 검토하고 있던 중, 유진 측이 A씨를 고소하면서 금감원은 분쟁조정 안건을 ‘종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16일 A씨에게 보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분쟁조정 절차 진행 중 한쪽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절차는 중단된다.

하지만 지난 3일 A씨로 보이는 익명의 청원자가 “유진투자증권 유령주식에 당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청원글에서 “유진의 고객으로서 유진을 통해 미국주식을 거래하고 있었다”면서 “해외지수 관련 종목을 3월 7일 665주 매수해 5월 25일 665주를 매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도하기 전날 주식종목은 합병을 했고, 4대1 합병으로 주식 수가 줄어야하는데 줄지 않았던 것 같다”며 “그것을 몰랐고 거래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매매 창에서 순간적으로 빨간불을 보고 이익이 난 것으로 판단, 주식을 팔았다”고 했다.

또 "어디에도 합병소식이 나온 것도 없었고 이 사실을 전혀 몰라 정상적인 해외주식거래로 인한 수수료를 납부를 했고, 정상적으로 거래가 끝난 것이기에 이익금에 대해선 돌려 줄 수 없다고 했다. 손해 보는 종목의 피해도 컸고, 원하는 가격에 매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원인은 해당 주식을 매도한 다음날인 26일부터 유진 측의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종목으로 지난 몇 달간 유진투자증권으로부터 강압적인 말과 물리적이진 않았지만 공포의 나날을 보냈다”며 “(매도일의) 다음날부터 유진의 협박전화를 시작으로, 밤 9시 저희와 약속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찾아왔고 돌도 되지 않은 쌍둥이가 있는 집에 벨 누르고, 전화하고 문자를 해 애들을 보채고 달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3~4일후 미팅을 하자고 부탁했지만 무시한 채 전화와 문자를 거듭했다”며 “기어이 밤12시가 조금 넘어서야 ‘기다리다 간다’고 문자를 했다”고 덧붙였다.

고소 건과 관련해 유진 관계자는 “회사의 실수나 착오가 있었던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금액이 고객의 재산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 돈은 '길 가다 주운 돈'과 성격이 유사한데 주인에게 돌려 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법적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도 덧붙였다.

고소당한 고객이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그는 “회사 측에서는 부탁을 한 것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렇게 느낀 것"이라며 "입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객과의 법적 공방을 하고 있는 유진은 최근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해 내부 단속에도 허술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5일 금감원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 재경팀에서 일했던 B씨는 2014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법인카드대금 및 은행 수수료 지급 등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수백만원의 회사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해당 직원 B씨는 회사에 자진신고를 했고 면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 측은 이를 금감원에 보고를 했고,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유진투자증권에 '퇴직자 위법부당 사항'이라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또 직원 B씨를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원 C씨에 대해서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 3개월간 감봉 조치토록 했다.

이와 관련 유진 관계자는 "내부 단속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더욱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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