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기업·대재산가 위주에서 중견기업, 의사·교수·연예인까지 조사 확대
국세청 “조세회피처·역외계좌·해외현지법인 이용 등 역외탈세 차단에 총력”

국세청 김명준 조사국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국세청이 구체적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93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국세청)
국세청 김명준 조사국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세청에서 국세청이 구체적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93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히고 있다.(사진-국세청)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세금을 탈루하는 역외탈세 혐의자 93명에 대해 세무당국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가 큰 법인 65개와 개인 28명 등 총 93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였지만, 이번 조사 대상에는 의사·교수 등 사회 지도층을 비롯해 연예인과 펀드매니저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의 역외탈세 수법뿐만 아니라 그동안 파악된 신종 역외탈세 수법과 유사한 탈루혐의가 있는 자를 대상으로 정밀검증을 실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FATCA, MCAA) ▲해외 현지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했다.

특히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와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금융 정보를 활용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올해에는 금융 정보를 제공받는 국가가 스위스를 포함, 78개국에서 98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이어서 조사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국세청은 기대하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에서 주목할 점은 그동안의 역외탈세 조사가 관련 혐의가 있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해외투자·소비 자금의 원천이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일가 외에도 의사·교수 등 사회 지도층 및 연예인, 펀드매니저까지 확대됐다는 점이다.

또한 역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단순 소득·재산 은닉에서 지주회사 제도 등을 악용해 탈세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복잡해지는 추세로, 친인척 등의 미사용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미신고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차명 해외법인의 투자금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은밀해지고 있다.

또한 이전가격을 통해 세율이 낮은 국가에 이익을 몰아주던 방식의 탈세 행위는 통행세 수취, 주식교환 등을 동원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 유출한 자금을 은닉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금 세탁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거나 자녀에게 상속·증여하는 시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최근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확대 등으로 국제 거래의 투명성 개선 조치가 강화되면서 역외탈세 행위도 감시망을 피해 정교해지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국세청은 국내 거주자가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법인이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과태료를 적극적으로 부과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외국 과세당국과의 정보 교환 등을 통해 역외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끝까지 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해외 신탁·펀드에 대해서는 국가 간 금융정보 자동교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해외법인과의 이전가격 조작은 실질 내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해 과세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는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국내 소비․투자에 활용될 국부를 부당하게 유출하는 반사회적 행위"라며 "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와 관련된 혐의가 있는 조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해외불법재산환수합동조사단'과의 공조 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당한 세부담 없이 해외에 소득이나 재산을 은닉하는 역외탈세 행위에 대해 조사역량을 집중하여 끝까지 추적․과세하는 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외로 빼돌린 자금의 주된 사용처 중 하나인 해외 호화생활비, 자녀 유학비와 관련된 정보 수집도 강화하고, 역외탈세 구조를 설계한 전문 조력자에 대한 현장 정보 수집과 조사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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