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 신한금융 계열사 채용
전 인사팀장 2명 구속됨에 따라 조 회장 등 윗선 향한 수사 불가피

지난해 한동우 전 회장(오른쪽)의 뒤를 이어 그의 최측근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다.
지난해 3월 한동우 전 회장(오른쪽)의 뒤를 이어 최측근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이 취임했다. 고위급 채용비리 의혹을 받는 신한금융의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가 임박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회 국정감사 시즌이 임박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비롯된 은행권 채용비리로 금융계는 몸살을 앓아왔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말 신한은행의 전직 인사팀장 2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은 당시 은행장이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인물 중 상당수가 신한금융 전·현직 임원이라는 점에서 조용병 회장을 비롯한 윗선을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신한금융 관련 조사는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신한은행을 비롯해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을 본격 조사하면서 이뤄졌다. 

신한금융 채용비리 관련 제보 내용에 따른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신한금융 전·현직 임원 23명의 자녀 24명이 신한금융 계열사에 채용됐고 이 중 17명은 실제로 근무했다.

당시 신한금융 측은 전·현직 임원 자녀의 채용과정에서 비리나 특혜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유독 신한금융 임원 자녀들이 계열사에 채용된 경우가 많았다는 점과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인사를 통해 윗선에서의 개입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동부지법 양철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신한은행 전 인사부장 이모씨와 김모씨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신한은행 채용비리 수사에 착수한 후 실무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윗선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 인사팀장 2명은 2013년 이후 신한은행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금융지주 최고경영진과 관련된 인물, 지방 언론사 주주의 자녀, 전직 고위관료의 조카 등을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위관료와 정치인 등 외부 인사 청탁을 받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도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인사담당 윤모 전 부행장과 전 채용팀장 김모씨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피의사실에 대한 상당한 소명이 있으나 직책, 수행업무 등에 비춰 역할이 비교적 제한적으로 보인다"며 "도망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신한은행 실무자들의 구속에 따라 조 회장의 소환 시점도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의혹 당시인 2015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신한은행의 행장으로 근무했다. 

신한금융 채용비리 의혹선상에 오른 인물은 2010년 신한사태 당사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이백순 전 행장, 신한사태 이후 취임한 한동우 전 회장, 신한금융 비은행 핵심계열사 수장인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등이었다.

검찰은 지난 6월 신한은행 본사와 인사담당자 거주지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문건을 일부 확보했다.

우선 라응찬 전 회장의 차남 라모 씨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1992년 입사한 뒤 한프라이빗에쿼티 이사로 고속 승진을 거듭했지만 재개발 사기혐의로 기소되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가 퇴사했다.

또 현재 신한금융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한동우 전 회장은 자신의 차남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혜 의혹을 받는다. 한 고문이 신한생명 사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04년 경력자 채용형식으로 입사했던 한 전 회장의 차남 한모 씨는 신한은행 투자금융부 부부장으로 일한 데 이어 현재는 미국 뉴욕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 회장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진 한동우 상임고문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조용병 책임론’에 무게를 더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한 상임고문이 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존에 없던 상임고문이란 자리를 조 회장이 만들어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아들도 신한카드에 입사했다가 최근 퇴사했고, 비은행 주력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의 딸은 현재 신한카드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계열사인 제주은행장과 인사업무를 맡았던 신한은행 본부장 자녀 역시 현재 신한은행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융시민단체에서는 신한금융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과 동시에 ‘조용병 사퇴론’까지 거론되기도 하지만, 목전으로 다가온 국정감사와 검찰 소환 조사에 따라 그의 거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위기감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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