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취소 반복하며 혼자만의 오후 즐겼나
예보 "전산 허점 개선했다"…'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 지적나와

서울 중구 소재 예금보험공사
서울 중구 소재 예금보험공사

최근 국내 금융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에서 한 직원이 반차 시스템의 허점을 악용, 반차를 신청하고 취소하는 방식으로 연차 소진 없이 휴가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민간기업의 직원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안식을 누린 셈이다. 예보 측은 한 직원의 일탈이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지만 전산시스템과 인사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 직원은 평일 아침 출근해 온라인으로 오후 반차를 신청하고 점심시간에 퇴근한다. 다음날 오전 업무시간 이전에 출근해 신청했던 반차를 취소하면 연차 소진은 없다. 또 반차를 내고 조퇴하고 다음날 출근해 신청을 취소한다. 그래도 연차 소진은 없다. 직원은 반차 시스템의 허점을 알고 교묘하게 이를 악용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예보의 내부 전산시스템은 당일 반차를 신청하고 결재되기 전인 다음날 오전에 취소하는 방식으로 이 직원은 전산의 허점을 악용 이를 반복, 휴가를 즐겼다. 연차는 소모되지 않았다.

반차는 연차를 반으로 나눠 하루의 절반을 쉬는 것을 말한다. 반차를 두 번 쓰면 연차 1개가 소진된다. 보통 1년에 13~18번의 연차가 제공되는데 연차를 다 쓰지 않으면 일부는 급여로 보상받는다.

이런 식으로 이 직원은 소진되지 않은 연차는 별도의 휴가로 썼다. 일하지도 않으면서 급여는 받고 별도의 휴가까지 누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예보 관계자는 “현재는 반차 시스템의 허점을 개선했다”며 “전산으로 조회한 결과 A직원 한 사람이 4회에 걸쳐 반차를 취소한 이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A직원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예보는 근무일과 상관 없이 하루만 일해도 퇴직 월급여를 전액 지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예보는 금융 공기업으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회사다. 지난해 기준 예보의 정부 지원수입은 총 2조9251억원이었다.

예보 측은 전산시스템 조회해 반차를 취소한 이력이 있는 임직원은 A직원 한 사람인 것으로 확인하고 징계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임직원들의 월급이나 각종 수당이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만큼 내부단속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최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중소기업·소상공업계에서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공기업인 예보의 직원은 저녁 뿐만 아닌 '오후가 있는 삶'도 누린 셈이다.

국민을 위한 공공 업무를 수행하며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들의 도덕적 소양이 다시 한번 강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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