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정치자금 직접 지시? 유구무언
일각, 사실실 수사 마무리 단계?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17일 오전 9시30분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있다.

황 회장은 경찰청사 앞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말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정치자금 지원에 대해 보고받은 바 있느냐”, “직접 지시했느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경찰청사 밖에서는 KT민주화연대가 집회를 열어 황 회장을 구속수사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를 두고 KT 측 구모(54) 사장, 맹모(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 등 3명과 황 회장을 수사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KT는 2014년과 2015년, 2017년에는 대관부서인 CR부문 임직원 명의로, 20대 총선이 있었던 2016년에는 사장 등 고위 임원을 포함해 27명 명의로 국회의원과 선거 후보자 등 99명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옛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상품권깡’ 등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KT 쪽이 기업 단위 정치 후원금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임원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 쪽의 불법 정치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은 99여명에 달하고 규모도 4억3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황 회장은 사전에 이런 쪼개기 후원에 관한 보고를 받고 이를 지시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경찰은 KT가 자금 출처를 감추고자 이런 '쪼개기 수법'으로 후원금을 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특정 업체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법',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등 KT와 밀접한 국회 현안에서 유리한 결과를 내고자 후원금이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일부 의원들이 KT를 상대로 정치후원금 대신 지역구 내 시설·단체 등에 기부나 협찬을 요구하고, 보좌진이나 지인 등의 취업을 요구해 실제로 채용이 이뤄진 정황도 포착해 사실관계를 맞춰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KT 사옥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품권 지급 현황 및 회계 자료 등을 입수하고, 전·현직 임직원을 차례로 불러 조사해 왔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황 회장 소환은 관련 증거 자료와 진술 확보 등 ‘혐의 다지기’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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