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자 수 제한 49→100명 확대…‘10% 지분보유 규제’ 폐지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 의사결정 참여 확대…기관전용 사모펀드 도입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국내 사모펀드 운용규제를 완화해 투자자 수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안'을 내놨다. 국내에서도 소수의 지분만으로 대기업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사모펀드 투자자 수 제한 인원은 49명에서 100명으로 확대되고, 경영참여형(PEF)과 전문투자형(헤지펀드)으로 이원화된 사모펀드 운용규제는 폐지되며, 기관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가 새로 도입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모펀드 발전방향 토론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사모펀드 제도개편 추진 방향을 밝혔다.

사모펀드는 공개적으로 불특정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된다. 당국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구분해 관리 감독하고 있다.

현행 규정상 경영참여형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전문투자형은 보유 주식 중 10%를 넘는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사모펀드는 대기업의 경영이나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금융위는 우선 사모펀드 투자자의 기반 확대를 위해 투자자 수를 현행 ‘49인 이하’에서 ‘100인 이하’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일반투자자에 대한 청약권유는 현행처럼 49인 이하로 유지된다. 

사모펀드 투자자로는 일반투자자, 전문투자자(기관 제외), 기관투자자가 있다.

또한 전문투자자 요건은 다양화되지만, 등록 절차는 금융투자협회 등록에서 금융투자업자 자체 심사로 간소화된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을 구분하는 10% 지분보유 규제 등을 전면 폐지해 이원화된 규제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현재 경영참여형은 ▲10% 이상 지분투자(10%룰) ▲6개월 이상 보유 ▲대출 불가 등의 규제가 적용되고, 전문투자형은 10% 이상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가 있다.

금융위는 이 같은 규제를 모두 없애 국내 사모펀드에 글로벌 사모펀드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번 규제 개편으로 국내 사모펀드도 해외 사모펀드처럼 소수 지분만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나 배당 확대 요구 등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10% 지분 규제로 대기업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반면 해외 사모펀드는 이런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미국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지분 1.4%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주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압박한 바 있다.

현행/개선(안) 사모펀드 운용규제 비교(자료-금융위원회)
현행/개선(안) 사모펀드 운용규제 비교(자료-금융위원회)

이와 함께 경영참여형의 경우 10% 이상 지분투자 규제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상품 투자가 제한됐던 것도 해소될 전망이다. 

지분투자 및 대출 규제 등으로 다양한 금융구조를 활용한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점도 해결되면서 적극적 인수합병(M&A) 추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금융위는 앞으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기관에서만 자금을 조달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통해 일반투자자, 전문투자자, 기관투자자에서 모두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 사모펀드와 기관투자자만 상대하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이 경우 기관전용 사모펀드는 국가와 한국은행, 은행, 금융공기업, 연기금 등에서만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금융위는 대기업 계열사 확장 방지 등을 위해 계열사 지분 보유제한, 출자 제한 등의 규제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최 위원장은 “그간 국내 사모펀드가 오히려 해외 펀드에 비해 역차별 받는 측면이 있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사모펀드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에 관련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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