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주식 거래 통해 양도소득세 156억여원 탈세한 혐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구씨 일가 14명 약식기소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LG그룹의 구씨 일가와 임원들이 재판을 받게 된다. 오너 일가는 약식 기소에 그쳤고 세금을 탈루하는 데에 직접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은 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LG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 양도소득세 탈세 혐의와 관련해 김모씨 등 그룹 임원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또 검찰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14명을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공판절차 없이 서류만으로 재판을 받는 것으로 법정형은 벌금형뿐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LG그룹 대주주의 지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재무관리팀장을 지내면서 LG상사 지분을 보유한 총수 일가 구성원이 그룹 지주사인 ㈜LG에 지분을 매각할 때 특수관계인 간 주식거래가 아닌 것처럼 꾸며 총 156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대주주가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는 장중 거래하지 않고 거래시간 종료 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국세청은 LG그룹 구씨 일가가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목적으로 장내 주식시장에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상대방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거래를 위장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LG 일가의 지분 매각의 경우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해당해, 세금을 내야 할 때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된다. 검찰은 이를 김씨 등이 장내에서 대주주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감춘 것으로 판단했다. 특수관계인 간의 주식매매는 소액주주와는 달리 시가 대비 20% 할증된 가격으로 주식 가치가 결정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이를 일반 주식거래를 한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구 회장 등 일가 14명이 탈세 목적의 거래를 사전에 알거나 주식매각 업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리인이나 종업원이 범칙행위를 하더라도 업무처리를 맡긴 자가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경우 함께 범금형을 부과하도록 돼 있어 약식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LG그룹 세무 담당 직원들이 세법상 할증조항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는 점이다. 쟁점은 실무자들이 LG일가에게 보고를 했는지, 그리고 이들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월 9일 ㈜LG 본사 재무팀 등에 대해 조세포탈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한 바 있다. 검찰은 혐의 내용과 경위 확인을 위해 재무팀 세무·회계 장부 등 관련 자료와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압수수색 대상이 된 LG그룹의 지주회사 ㈜LG 재무팀은 지분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별세와 검찰 중간간부 인사 등으로 잠시 수사가 주춤했지만 지난달 6일 검찰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조사를 재개했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아버지이다. 고(故) 구인회 LG 창업 회장 장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고 구본무 회장이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자 2004년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구광모 회장을 형의 양자로 입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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