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정비 인프라 부족과 엔진·부품 해외의존도 최고
10건 중 1건 인턴·저경력자가 정비, 확인정비사는 서명만

항공기 정비를 위해 국내 항공업체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해외업체에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아시아나항공은 자체 정비 인프라의 절대 부족과 엔진 및 부품 분야에서 해외의존도가 최고 높아 가장 많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토교통부 자료 '항공사별 항공정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이 항공기 정비를 위해 해외업체에 지불한 금액이 1조1733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시아나항공은 5257억원을 해외업체 외주비용으로 지급했다. 해외 의존도가 77%로 가장 높았다. 대한항공은 3968억원을 해외 외주비용으로 썼으며 의존도는 33%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 6곳은 2508억원을 지출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은 엔진 및 부품 분야에서 해외의존도가 90%에 이르렀다. 자체 정비시설을 갖고 있는 대한항공이 40%, 71%의 LCC와 비교해도 아시아나의 해외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승객의 가장 중요한 안전을 담보하는 항공기 정비에서 아시아나항공은 10건 중 1건은 인턴과 저경력자(인턴 2년 후 확인정비사 자격 취득)가 정비하고, 전문 확인정비사는 서명만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항공사의 경우 약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확인정비사가 100% 점검하고, 인턴이나 저경력자 정비사는 보조역할만 담당하는 것에 비하면, 항공기 안전 문제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구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아시아나항공 특별점검 결과 보고'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점검기간(7.1~7.22 중 특정일)에 530건 중 51건(9.6%)이 확인정비사의 서명 아래 인턴 또는 저경력 정비사가 항공기 점검을 마쳤다.

민 의원은 "특히 자동화점검시스템을 운영하는 정비사가 부족해 전기전자 계통에 반복결함이 잦고, 7개월간(1.1~7.31) 전체 객실 결함 4081건의 25%인 1022건이 정비가 이월되는 등 정비인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 취항지에 파견한 정비사도 최근 5년간 47명에서 33명으로 30%나 축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 운항정비 담당 정비사와 해외 주재 정비사의 지난해 연차사용률이 50%(6175일 중 2986일)와 29%(1684일 중 487일)에 불과해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적정 정비시간(Ground-Time)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기 출발 전·후 점검시간이 부족해 항공사 사규에 정한 최소 점검시간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최근 1년간 22%(2만6247회 중 5844회)로 가장 많았다.

승객의 안전이 가장 위협받고 있는 부분은 정비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정비를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비행에 나선다는 점이다. 

항공기는 운항 중 매월 1300여 건의 크고 작은 정비가 필요한 사항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 중 약 15%는 정비시간이 없어 해소하지 못한 채로 운항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비를 하다가 스케줄상 시간이 부족해 비행을 순연시킨 경우도 최근 6개월간 5% 내외로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예비부품 구매 투자도 인색해 부품 돌려막기 등 땜질식 정비에 급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부품 부족으로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35건)과 해외 정비소에 입고된 아시아나 항공기(17건)에서 부품을 빼돌려 운행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에 설치한 경우도 허다했다.

정비이월과 부품유용이 각각 연 300여건이나 됐다. 

아시아나는 최근 3년간 항공기 한 대당 부품 구매예산이 대한항공보다 24%(대당 연평균 약 9억원)가량 적게 책정돼 이로 인한 예비부품 부족으로 지연 운항한 사례가 85건, 이 중 부품 조달시간이 오래 걸려 6시간 이상 장기 지연된 경우도 약 70%인 59건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민 의원은 "항공사가 보유한 정비인력보다 항공스케줄이 과도하게 많고, 정비시간 뿐만 아니라 예비부품 부족으로 필수적인 예방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비는 승객의 생명과 직결괸 만큼 항공사는 적정 정비시간과 인력을 확보하고, 정비사들의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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