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간담회서 "지나치게 자본의 지배 받으면 한국영화 위기 올 수 있어"
"후배들, 작가 정신 살려 훌륭한 감독 되길 바란다"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 간담회서 발언하고 있는 이장우 감독 

'저는 한국영화의 미래는 반드시 독립영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국영화의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오더라도 독립영화에서 키워진 자산들이 구원투수이자 돌파구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에서 회고전의 주인공, 이장호 감독이 입을 열었다. 

지난 5일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 그랜드볼룸에서 부산 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회고전의 밤' 행사가 열렸다. 올해 회고전 주인공은 1970∼1980년대 리얼리즘 영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장호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7일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회고전 간담회에서 "지나치게 자본의 지배를 받는 한국영화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독립영화가 그 해법으로 제시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은 "돈으로 해결되는 영화계 풍토가 참 어렵다. 전부 돈의 논리로 움직이고 영화 연출도 돈을 사용할 줄 알아야만 가능한 시대"라며 "1억5000만원으로 영화 만들던 사람이라 어떻게 하면 저 천문학적인 돈을 다 쓸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때는 우둔하지만 작품을 앞세우는 감독이 많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영화적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다"며 "지금은 엘리트 감독이 제작자보다 앞장서서 돈 벌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재능이 아깝다고 여겨지는 감독이 많다. 감독 개인에게는 상당히 이익이겠지만 영화 전체로 보았을 땐 어두운 시대라는 생각을 한다"며 "현실에 적응 못 하는 감독이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돈의 지배는 한국영화의 앞길을 어둡게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후배 감독들에게 "작가 정신이 있는 감독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 미술 등 영화 외적인 요소들로 영화를 살찌게 해야 하는데 언젠가부터 후배 감독들이 '영상 벌레'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러다 보니 영화가 스피디하고 삭막하고 반 인문학적인 요소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영화들을 보면서 미래의 영화인이 될 사람들은 영화 이외의 예술에 관심을 많이 두고 사랑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과 눈여겨보는 후배 감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시선'(2013)과 봉준호, 봉만대, 이무영, 이준익 감독을 지목했다.

이 감독은 "많이 사랑받았으면 했는데 사랑받지 못한 작품들이 아쉽다"며 "미국 영화의 경우 흥행이 안 돼도 의외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TV에서 사랑받는 작품이 있는데 '시선'이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봉준호를 눈여겨보고 있고, 인문학적으로 도움이 되고 재능과 인간미가 있는 친구가 봉만대, 이무영 감독이다. 그리고 이준익 감독의 다재다능함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현재 차기작으로는 '한국에 처음 발을 들인 미국인 여성 선교사 이야기'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수년간 부산영화제가 겪은 갈등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조금 더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부산영화제가 홍역을 치른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감독은 "부산영화제가 '다이빙벨' 상영을 두고 갈등이 시작됐는데 애써 키워온 영화제가 관료적 사고 때문에 그리 된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영화제가 할 일은 김동호·강수연 전 위원장을 끌어안는 일"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다시 영화제에 애정을 갖게 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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