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규정 어기며 주식 거래한 임직원 처벌은 고작 '경고'
정부 승인도 없이 135억 들여 오피스텔 116개 매입, 임직원 숙소로 무상 지급

지난해 국회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받고 있는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오른쪽)
지난해 국회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받고 있는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오른쪽)

최근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이 내부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오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을 앞두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예탁결제원은 내부규정을 어기고 주식거래를 한 임직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논란에 이어 임직원들에 대한 부적절한 예산집행으로 또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증권을 예탁받아 관리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예탁원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돼 운영되는 공공기관인 만큼 방만한 내부 경영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예탁원은 지난 2014년 부산으로 본사를 이전한 뒤 135억원을 들여 임직원 숙소용 오피스텔 116실을 매입, 임직원들에게 공짜로 임대해 왔다.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신의 직장’으로 불릴만한 예탁원에서 정부 지침까지 어겨가며 직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제공한 셈이다.

게다가 예탁원은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승인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탁원이 국토부에서 승인받은 임직원 숙소 상한선은 3개에 불과하다. 

예탁원은 또 올가을 진행될 사내 추계 체육대회 행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할 트레이닝복 구입예산으로 1억3360만원을 책정해 비난이 일었다.

김 의원은 올해 초 춘계체육행사 때 바람막이 재킷 구매비로 지출한 6480만원을 더하면 올해 총 2억원가량을 임직원 체육용품 구매비로 지출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예탁원은 임직원이 내부 규정을 무시하고 주식투자를 했음에도 전원 가벼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었다.

지난 6월 예탁원은 내부 규정을 위반하고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임직원 12명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였다. 

이들은 사전승인 누락, 매매 횟수 초과, 순매입 한도 초과 등 내부통제 규정을 위반하고 주식 거래를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직원 A씨는 순매입 한도보다 1900만원을 넘겨 거래해 규정을 어겼고, B씨는 매매횟수를 무려 54회나 초과해 인사위에 회부됐다.

하지만 예탁원은 12명이 위반행위에 대해 ‘불입 금액 착오, 규정해석 오류, 판단 기준 오인, 강화규정 미인지’ 등의 궁색한 사유를 대며 전원에 대해 가벼운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다.

예탁원은 ‘12명의 규정 위반이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질의에 “형식적으로 판단할 경우 논의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예탁원이 타 금융투자업에 비해 엄격하게 내부통제 규정을 정했고, 당사자의 위반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부 인사위에서 처벌 수준을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예탁원은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엄격한 내부통제가 필요한 기관”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상벌을 비롯한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는 한편 실효성 제고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오는 19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예탁원은 주식시장으로부터 4000조원에 이르는 증권을 예탁받아 보관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공공기관이다. 지난해에만 59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공공기관이 취득한 이익을 임직원 복지에 과도하게 지출했다는 점에서 내부조직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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