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운열 "투자위험 정확한 고지 없이 8000억여원대 판매고 올려…불완전판매 정황"지적
KEB하나은행 "'자본시장 연구원'표현 인용한 것일 뿐, 판매 시 '최고위험' 고지"

KEB하나은행이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최고위험' 금융상품 중 일부를 '중위험'으로 속여 판매해 8000억여원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위험도를 속여서 금융상품을 판매한 정황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이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KEB하나은행이 고객에게 일부 금융상품을 판매하면서 투자 위험을 정확히 알리지 않은 정황이 발견됐다고 12일 밝혔다.

최 의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11월 부터 판매해온 양매도ETN을 자체적으로는 '최고위험' 등급으로 분류해 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50대 이상 고객 총 8417명을 상대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소개하며 전국 539개 지점을 통해 8283억원의 판매고를 올려 총 69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양매도 ETN’은 풋옵션과 콜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기초로 하여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파생결합증권으로, 지수가 예상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한 약간의 수익을 계속 얻지만, 시장 급변으로 지수가 예상범위를 벗어날 경우 큰 손실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이러한 투자위험을 고려해 국내 모든 금융투자회사들은 양매도ETN의 투자위험도를 최고위험 등급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최 의원이 입수한 KEB하나은행의 직원용 내부 자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이 상품에 대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임을 투자포인트로 설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일반고객들이 투자위험 판단을 함에 있어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이 상품은 올해 상반기에만 22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한국투자증권의 한 직원이 설계한 상품이다.

이 직원이 이 상품과 관련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위험·중수익’상품으로 여러 차례 홍보하자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도 양매도ETN을 최고위험 등급의 금융상품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이러한 홍보 행위가 ‘금융투자회사 임직원 윤리준칙’에 어긋나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게다가 KEB하나은행이 해당 금융상품을 주로 고연령층에 판매하면서 정확한 투자 위험을 고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이 금융상품이 고연령층에 많이 판매됐다는 점도 불완전 판매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전체 판매 액수 중 73%가 50대 이상에게 판매됐고, 20%는 70대 이상 노인에게 팔렸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이 1%에 달하는 선취판매수수료를 수취하면서도 8000억원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타 은행권을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이 상품 시장에 내 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의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최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금융투자상품을 금융회사들과 언론이 ‘중위험·중수익’상품이라고 소개하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무분별한 용어 사용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없도록 금융기관 내부통제시스템에 대한 금감원의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 의원은 "업계 종사자들 역시 국민들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금융투자상품이 사랑받을 수 있도록 윤리의식 제고에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직원용 내부 자료에서 이 상품에 대해 ‘중위험·중수익 투자상품’임을 투자포인트로 설명하도록 명시한 것과 관련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 연구원'에서 해당 상품을 '중위험 중수익'으로 표현하고 있어 그 표현을 인용, 직원용 내부 참고 자료를 만든 것"이라면서 "해당 상품이 판매될 때는 고객에게 '최고위험'을 고지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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