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9억원대 손실 발생 사고에 책임은 하청업체로
우원식 "손실 떠넘기다 적발, 징계는 솜방망이"

원가절감을 위해 전선작업과 관련한 위험과 부담을 하청업체에 떠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는 한국전력공사(사장 김종갑)가 이번에는 건설공사를 진행하는 중 자사 직원의 업무처리 미흡으로 발생한 손해를 협력업체에 떠넘긴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문제를 일으킨 해당 직원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주장도 제기돼 16일로 예정된 한국전력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뜨거운 질타가 예상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한국전력 직원들이 전선공사를 하다 입은 손실을 감리·시공·제작사에 떠넘기려다 적발됐으며, 솜방망이 징계를 받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우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한전의 자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전 경인건설본부 남서울건설지사는 지난해 11월 관할 구역에서 지중선(지하에 매설하는 전선) 공사를 하던 도중 가스절연모선(GIB)이 불타는 사고를 냈다.

가스절연모선은 옥내외 발전소와 변전소에서 유사시 선로를 막아 기기를 보호하는 개폐 장치로, 정상 사용 조건에서의 부하전류 개폐뿐만 아니라 사고·단락전류 등의 이상 상태에 있어서도 선로를 안전하게 개폐하여 전력계통을 보호하는 개폐장치이다.

이 사고로 복구비용 4억원, 발전제약비용 5억원이 발생해 한전의 손실액은 무려 9억원에 달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를 담당한 한전 직원들은 사고 발생 사실을 본사와 지역본부에 보고해야 했으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을'의 입장에 있는 감리·시공·제작사에 전가했다.

한전 감사실의 조사팀은 공사감독관인 박모 씨에 대해서 9억원의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소손(불에 타서 부서짐)을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고 봤다.

또 직속 상급자인 류모 씨와 변전건설부서장인 이모 씨에 대해서는 소손 발생의 원인 규명 및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고 소손의 복구 비용을 협력업체인 감리·시공·제작사에 불공정하게 부담케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류 씨와 이 씨는 감리·시공·제작사와 개별 면담에 나서 복구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감리사는 전체 계약금액의 30%에 달하는 4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시공사는 한전 측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거부했다. 제작사는 2억5000만~3억원에 달하는 수리비용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우 의원은 한전이 감사를 통해 이런 상황을 확인했으나, 박 씨에게는 감봉 1개월, 류 씨와 이 씨에게는 각각 '견책'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만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회사 손실이 9억원에 달하는 데다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적인 만큼 정직이나 해임의 중징계도 가능했다"며 "한전이 공공기관으로서 갑의 횡포를 얼마나 안이하게 판단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징계 조치를 권고하는 감사 결과와 규정에 따라 이들에 대해 감봉과 견책의 징계를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전은 하청업체의 노동자를 '소모품' 취급했다는 의혹 역시 받고 있다. 또 한전이 작업자의 안전을 등안시했다는 여론의 질타에 마지못해 내 놓은 대책인 안전 공구에도 뒷말이 무성히 나왔다.(본지 관련기사 : 한전, 원가 절감 위해 하청노동자 사지로 내몰아…노동자가 소모품?)

지난 8년간 한전의 전선작업을 하던 하청업체의 송배전 노동자들 중 19명이 사망하고 71명이 화상 및 사지절단을 당했다.

또한 MBC PD수첩은 최근 '한국전력의 일회용 인간들'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한전 측이 하청업체에 스마트스틱을 강제로 구매케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스마트스틱은 간접활선공구로 전기가 흐르는 활선과 작업자 사이의 거리가 있어 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이 공구는 개당 가격이 2800만원대로 고가인데다 길이 2m에 자체 중량만 2.5㎏에 달해 현장에서는 실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우리가 (스마트스틱을) 안살 수가 없었다. 구매 기간을 주지도 않았다”며 “스틱을 구매하고 시험 성적서를 제출해야 통과됐다”고 말했다. 또 “100% 강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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