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욱 "최근 5년간 현기차 차량 화재 6000여건…압도적 1위"
美 상무위 "기아 쏘울 차량 화재 사망 사고 발생…원인 파악 시급" 청문회 소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한화손해보험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그랜저 차량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은 해당 화재사고와 무관)

최근 주행 차량 화재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차량 제조사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판결이 나와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제조사 부담이 한층 더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현대자동차 그랜져가 주행 중 화재가 발생, 전소된 사건을 놓고 법원은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렵더라도 정황상 부품 결함이 의심된다면 제조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했다.

향후 현대기아자동차를 상대로 한 차량 화재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현대차 4072건, 기아차 2012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해 타 제조사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화재 건수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37단독(판사 안재천)은 최근 한화손해보험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현대차가 한화손보에 1348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한화손보 측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충남 아산시 도로를 달리던 그랜저 승용차에서 불이 났고, 사고를 담당한 아산소방서는 `차량 엔진룸 부근에서 최초로 불이 났지만 소실이 심해 정확한 원인은 밝히기 어렵다`고 봤다.

한화손보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5월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에 차량 소유주 A씨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달라는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고가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한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제품 결함이 있고, 이를 통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한화손보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재판부는 "사고 차량은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차량 운전자의 주기적인 점검, 정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엔진룸 내부에서 사고가 났다고 볼 수 있다"며 "따라서 차량에는 결함이 있었고, 그러한 결함으로 말미암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또 "차량 보증수리 기간은 5년인데 사고 차량은 사고 당시 출고된 지 5년이 약간 넘었고 별도의 개조나 튜닝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현대차가 사고 차량과 동일한 시기에 출고된 차들에 대해 차량 엔진 생산 과정의 문제로 비정상적 엔진소음 현상이 발견됐다며 리콜을 실시한 것도 사고 원인이 부품의 결함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운전석 측 앞바퀴 타이어의 마모 상태, 알루미늄 휠 변형 등을 감안하면 운전자가 운전석 측 앞바퀴의 공기압이 부족한 상태로 차를 몰았고, 그로 인한 마찰열이 화재 원인"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황상) 운전석 타이어 쪽에서 최초로 불이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의 차량 화재와 관련해 지난 17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차량 화재로 인한 보험처리 현황' 자료를 공개하며, 최근 5년간 국내에서 총 8955건의 차량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화재가 전체 화재 중 45.5%인 4072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 뒤를 이어 기아자동차 2012건, 한국지엠 544건, 쌍용자동차 430건, 르노삼성자동차 386건의 순서로 화재가 발생했다.

게다가 민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자료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화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인 1월부터 6월까지 발생한 차량 화재 건수는 현대차가 1163건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차는 429건으로 그 다음을 이어 갔다. 한국GM 207건, 르노삼성차 85건, 쌍용차에서 75건이 발생했다.

물론 이 화재 건수는 차량 자체 결함 이외의 원인으로 발화된 건수까지 합산된 수치이기는 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대·기아차의 화재 건수는 타 사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많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연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화재차량만 5000여대로 원인 미상의 화재도 많다"며 "운전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전문 기관의 조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에서도 판매한 차량이 발화하는 사고가 이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미국 내 비영리 자동차 소비자단체인 CAS(Center for Auto Safety)는 현대차, 기아차 차량과 관련해 지난 6월 12일부터 103건의 차량화재 민원이 자동차 안전당국에 제기됐다고 밝히고, 약 300만대 차량에 대한 즉각적인 리콜을 촉구했다.

CAS는 지난 6월에는 2011~2014년식 기아 옵티마와 소렌토, 현대 산타페와 쏘나타 차량의 엔진 화재와 관련해 결함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상원 의원들도 현대차의 화재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고 조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화당 소속 존 튠 상무위원장과 빌 넬슨 민주당 의원 등은 서한을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법인 최고경영진에 대해 다음 달 14일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18일 현대차 미국 현지 법인 측은 차량 엔진 화재와 관련한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의 청문회 출석요구에 대해 "절차에 따라 합당한 소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넬슨 의원은 "지난해 2014년식 기아 쏘울 차량의 비충돌 차량화재 사망사고가 신고됐다"면서 "우리는 화재원인을 파악해야 하고, 차량 소유주들은 그들의 차량이 안전한지를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번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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