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스트라익 아웃제' 시행에도 계속 터지는 성비위 문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에서 몇년 째 외부로 알려진 성희롱 성추행 건수만 해도 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한수원은 이같은 성비위를 막기 위해 지난 3월 성희롱이나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사건 발생 즉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 이후에도 유사한 성희롱·성추행 사건이 반복되는 등 한수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여전히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이 25일 한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가 원 스트라익 아웃제를 시행하든 말든 한달만인 지난 4월과 다음달인 5월에도 성추행, 성희롱 사건은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한수원 직원 A씨는 출장 중 회식 장소인 노래방에서 선곡을 하고 있는 소속 부서 부하직원의 옆구리를 잡는 등 성추행했고, 피해 직원이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수시로 윙크를 하는 등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등 성희롱도 일삼았다.  

또다른 직원 B씨는 지난 5월 직원 30명과의 회식자리에서 아직까지 술을 따라주지 못한 직원이 있으면 술을 따라 달라고 요구, 이에 술을 따라 주고 마무리 건배를 제의한 20대 여성 부하 직원에게 명시적 동의 없이 러브샷을 하고, 사전 동의 없이 여직원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B씨는 이 사건이 알려지자 회사는 B를 견책 처분했다. 

한수원이 성희롱·성추행 등 성비위를 막기 위해 시행한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수원이 성희롱·성추행 사건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을 내리면서 제식구 감싸기만 급급했다면서 이같은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대리급 직원 C씨는 같은 팀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토킹을 일삼다가 징계조치를 받았고, D 과장은 자신의 딸과 동기인 여직원의 엉덩이를 종이컵으로 수차례 찌르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지만 가벼운 징계조치를 받았다.   

또 지난해 8월에는 직원 E씨가 근무하는 O본부 인근의 식당과 술집에서 3차례 걸친 회식 이후 차량 안에서 대리기사를 기다리던 같은 팀 소속 부하직원의 옆좌석에 탑승해 피해 직원의 의사에 반하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로 인해 E씨는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 받고 정직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한수원 직원들의 성비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심지어 법원의 유죄 판결에도 경징계에 준하는 엉성한 조치를 취하면서 제식구 감싸기를 해왔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노조의 한 관계자는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오늘 내일 발생한 일이 아니다"며 "개선의지가 있긴 한건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그동안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비위 사실들을 지적받아 온 단골손님이다.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등 공기업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이들에게 높은 연봉을 지급하면서 대우해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만500여명의 남직원에게 평균 9000만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지급했다. 반면 여직원 1400여명의 평균 연봉은 5700만원 수준이다. 한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직원 연봉으로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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