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거 금융 불안 때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는 일각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상황이 과거 금융 불안 때와 비슷하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다만, 이 총재는 현 상황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총재는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시중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이 같이 평가했다.

앞서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코스피가 연저점을 갈아치웠지만, 이번 주 들어서는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했다.

이 총재는 “대외리스크 증대에 따른 세계 증시의 공통 현상이었으나 하락 폭이 주요국보다 크고 외국인 자금 유출 폭이 컸다는 점에서 과거 금융불안 시와 연관 지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거 불안 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고 진단했는데, 과거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때 환율과 시장금리도 동반해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주가 하락에도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환율 변동성도 제한적인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데다가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며 “이를 반영해 10월 들어 금융기관 외화 유동성 사정 및 차입 여건에 별다른 변화가 없으며 중순 이후에는 외국인 채권자금도 다시 유입되는 것으로 모니터링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한국은행은 보다 경계감을 갖고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와 그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필요시에는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시장안정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와 은행장 간 금융협의회는 작년 금리 인상 직후인 12월 초에 한 이래 11개월 만이다.

이날 협의회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손태승 우리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도진 기업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은성수 수출입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등이 대다수 은행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