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IDT 그룹 내 일감 의존도 심해 실적 변동 폭↑… 매력적 투자처 아니라는 평가도

아시아나IDT 박세창 대표(43)가 지난 9월 취임 이후 뚜렷한 경영성과를 보이지 못해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아시아나IDT의 코스피 상장을 통해 부정적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IDT 상장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부정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IDT는 지난 2003년 아시아나항공이 100% 지분을 출자해 설립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IT컨설팅과 IT아웃소싱 등을 기반으로 항공, 운송, 금융,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내식 대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해 전략경영담당 이사, 전략관리부문 상무, 전무, 부사장을 거쳐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유학을 마치고 재입사 후 대표이사 자리를 거머쥐기까지 소요된 기간이 짧아 박 대표의 능력보다는 그룹 회장의 장남이라는 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

박 대표는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아시아나IDT 코스피 상장에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유일한 IT 기업이자 국내 최고 수준의 항공·운송 IT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4차산업화 시대에는 기업 가치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오는 2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상장을 위해 아시아나IDT는 7일과 8일 이틀간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있다. 공모가 확정 후 14~15일에는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회사는 1만9300~2만4100원 사이에서 공모가가 결정되길 희망하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배수는 12.4배다.

하지만 상장 성공 여부와 관련 투자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나IDT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했다고 선전했지만 이는 동시에 회사가 그룹 내부로부터 일감을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 돼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IDT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1212억원, 영업이익 84억원, 당기순이익 9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액 중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는 무려 62.5%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연결기준 매출액은 2659억원, 영업이익은 219억원, 당기순이익은 194억원이었다. 올 상반기 경영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 고객사인 금호타이어를 잃은 영향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금호타이어는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분리돼 나왔다. 금호타이어는 계열 분리되기 전인 지난해까지 아시아나IDT의 연간 매출 340억~360억원(전체 매출의 13~15%) 정도를 꾸준히 올려 줬다. 금호타이어가 계열에서 분리됨에 따라 아시아나IDT는 실적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등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편입되면서 2011년 아시아나IDT의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으나 2012년 두 회사가 그룹에서 이탈하고 2014년 금호석유화학이 계열 분리되면서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즉 아시아나IDT가 그룹 내 일감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룹내부적 변동 상황들이 아시아나IDT의 실적 등락 등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호그룹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편은 아니기 때문에 (현금 확보를 위한) 계열사 매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다"면서 "심지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설마저 간혹 나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대표는 "경쟁사 주가수익비율(PER)과 비교했을 때 매력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공모가를 책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또 다른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IDT의 공모가가 높은 편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아시아나IDT의 공모가 밴드는 PER로는 11~14배, 주가순자산비율(PBR)로는 1.4~1.8배에 이른다. 현재 코스피지수의 PBR이 1배를 안팎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크게 매력적인 공모가가 아니라는 평가다. 또 경쟁사이면서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참고 대상이 됐던 신세계I&C는 PER은 7.1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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