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재벌 4세 대표이사로
오너일가 중역 맡고 있는 가송재단은 그룹 내 의결권 '거수기'?

가스활명수 등으로 유명한 동화약품(대표 윤도준)의 자회사인 동화지앤피가 동화약품으로부터 일감을 몰아받으며 ‘땅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성장을 이어온 가운데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내 지배력을 키우고 회사의 수장 자리에 재벌 4세인 윤인호(33) 대표를 앉혀 편법 승계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동화지앤피는 동화개발(19.81%), 동화약품(9.91%), 윤도준 회장(8.86%), 가송재단(10.00%), 테스(11.60%)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동화지앤피가 비상장사인 만큼 회사 정보를 공시하지 않아, 윤도준 그룹 회장의 장남이면서 재벌 4세인 윤 대표가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 지는 직접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동화약품에 유리용기를 납품하는 동화지앤피가 그룹 내부 일감으로 성장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그룹 내 계열사들의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이 회사에 윤 대표가 취임하면서 편법 승계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언론에 “총수일가 아들이 상장사 위의 비상장사 대표이사라는 것은 결국 그 회사를 아들의 개인회사라고 볼 수도 있다”라며 “여기에다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 가치까지 키워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속할 때 많이 써왔던 편법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윤 회장→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비상장사인 동화지앤피가 상장사인 동화약품을 지배해, 사실상 동화지앤피가 그룹 내 막대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화지앤피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를 키우고 윤 대표가 그 수장 자리에 올라 이것이 재벌 4세로의 편법 승계라는 지적이다.

동화지앤피는 지난 1973년 동화약품공업주식회사(현 동화약품)에 자회사로 인수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동화지앤피는 ▲2008년 약 130억원 중 95억원(73%) ▲2009년 118억원 중 72억원(61%) ▲2010년 147억원 중 86억원(58%) ▲2011년 158억원 중 88억원(56%) ▲2012년 171억원 중 106억원(62%) ▲2013년 168억원 중 103억원 (61%) ▲2014년 159억원 중 107억원(67%) ▲2015년 225억원 중 115억원(51%) ▲2016년 238억원 중 118억원(50%) ▲2017년 239억원 중 116억원(48%)을 동화약품과의 내부거래로 매출했다.

이렇게 일감을 몰아받아 성장한 동화지앤피는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큰 동화약품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장회사 동화약품은 동화지앤피가 지분의 15.22%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고, 그 뒤를 이어 가송재단(6.39%), 윤도준 회장(5.13%), 윤 회장의 동생 윤길준 부회장(1.89%), 아들 윤인호 상무(0.88%), 장녀 윤현경 상무(0.06%)와 계열사 동화개발(0.77%) 등 친인척과 특수관계인이 총 32.4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표는 지난해 4월 동화지앤피의 등기이사로 등재 됐다. 이어 윤 대표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축인 동화지앤피의 수장에 재벌 4세인 윤 대표가 취임해 그룹 내 승계가 편법으로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윤 대표는 동화약품의 상무도 겸직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올해 초 윤 대표를 동화약품의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오너 4세인 윤 대표는 입사 4년 만에 과장에서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결국 윤 대표 본인이 상무로 있는 동화약품에서 본인이 대표로 있는 동화지앤피로 일감을 몰아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가송재단도 그룹 내 경영의사결정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송재단은 윤광열 명예회장의 호(號)를 따서 만들어진 재단으로 현재 윤 회장이 이사장, 윤 대표가 이사를 맡고 있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가송재단은 동화약품의 지분 6.39%와 동화지앤피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 겉으로는 공익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가송재단이 그룹 내 중요한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오너 일가 부당지원·사익편취·경영세습 등에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와 관련 동화약품 관계자는 “윤 대표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한편 동화약품그룹은 그룹 내 자산 총액이 5조원에 미달해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당시부터 법 개정을 통해 부당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자산 규모 5조 미만의 중견기업으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동화지앤피가 규제 그물망에 걸릴 지는 지켜볼 일이다.

윤도준 회장(좌)과 윤인호 대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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