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공정거래법’ 위반 GS칼텍스 전·현직 임직원 4명·회사 법인 등 입건
9년간 차명으로 예선업체 불법 운영…일감 몰아주기 등 400억대 특혜 제공

전라남도 여수시 GS칼텍스 여수 공장
전라남도 여수시 GS칼텍스 여수 공장

GS칼텍스가 9년간 차명으로 예선업체를 운영하며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한 사실이 해경에 의해 적발됐다.

앞서 GS칼텍스는 중소협력업체에게 러시아 지역 판권을 넘기라고 강요한 것 뿐 아니라 향응접대를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는데, 이번에 법 위반 사실까지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의 ‘윤리경영’이 무색해졌다는 지적과 함께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경찰청 형사과는 GS칼텍스 A(64) 고문 등 전·현직 임직원 4명과 회사 법인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또한 해경은 예선 업무와 관련해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B 예선업체 대표 등 2명과 C 해운대리점 대표 등 2명을 입건했다.

해경에 따르면 A 고문 등은 2009년 11월 GS칼텍스가 선박임대회사 2곳을 동원해 B 예선업체를 직접 보유하고도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허위로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공시 대상 기업으로 매년 공정위에 자산규모를 신고해야 하지만, A 고문은 생산본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 주식은 빼고 자산규모를 허위로 신고한 것이다.

당시 GS칼텍스는 B 예선업체를 자회사로 둔 모 해운업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화주인 정유사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한 선박입출항법(구 항만법)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선박입출항법 25조(예선업의등록제한)1항 4호와 관련 시행규칙에 따르면 원유·액화가스류·제철원료·발전용 석탄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은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없다.

해경청 관계자는 “해당 대기업 정유사는 원유 화주로 자회사인 모 해운업체를 통해 사실상 B 예인업체를 보유하고도 서류상으로는 선박임대회사인 차명회사 2곳이 B 예인업체의 주식 50%씩을 가진 것처럼 꾸몄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차명으로 보유한 B 예선업체에 2011년과 2012년 2차례 총 70억원을 지원했다.

B 예선업체는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이 많아 담보를 잡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GS칼텍스는 현금 융자 10억원 초과 시 이사회 승인을 받게 돼 있는 회사 여신관리 규정도 따르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무담보로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입건된 GS칼텍스 생산공장장(55)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관할 지방해양수산청에 선박연료공급업 등록을 하지 않고 B 예선업체와 다른 계열사에 340억원 상당의 연료도 공급해 줬다.

해경은 올해 3월 GS칼텍스와 B 예선업체 간 의혹을 첩보로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차명주식 매입 각서와 예선비용 청구서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관련자 30여명을 조사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B 예선업체 등으로부터 예선 배정을 잘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45억원을 리베이트로 받아 챙긴 해운대리점 2곳도 적발됐다.

해경 관계자는 “대기업 정유사는 회사 자금 70억원을 무담보로 예인업체에 지원한 뒤 ‘일을 해서 갚으라’고 했다”며 “여수 지역에는 13개 예선업체가 운영 중인데 결과적으로 자회사인 예선업체에 정유선 예인 일감을 몰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해경 조사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해경 발표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향후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회사 입장을 밝혀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여수·광양항 선박 예선사로 구성된 여수광양항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월 “외국계 해운대리점이 GS칼텍스에 입항하는 유조선 예인을 위해 특정 업체에만 집중적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GS칼텍스 여수공장은 같은 달 30일 예인선 업체와 상생에 합의하고 회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예인선을 보유한 업체에 일감을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해경의 수사 결과 일부에서 제기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GS칼텍스가 예선사 대책위와 맺은 상생 합의를 통해 의혹을 벗어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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