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카카오페이 등 핵심업체 불참…은행, 수수료 포기‧플랫폼비용 부담에 ‘울상’
‘소상공인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 경감’ 취지 좋지만 사업 성공 가능성엔 ‘회의적’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 구상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 구상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자료-연합뉴스)

다음달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제로페이(서울페이)’에 대해 금융권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등 시작도 하기 전에 잡음이 일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도입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비씨카드나 카카오페이 등 핵심 사업자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있고, 시중은행들은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 포기 및 결제플랫폼 구축·운영 비용 등 수십억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사업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 커지는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는 다음달 17일 시범도입에 들어가는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18개 금융회사와 네이버, 엔에이치엔페이코, 한국스마트카드, 신세계아이앤씨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때 휴대폰 간편결제 사업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가맹점에 설차된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현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부과되는 카드사 수수료, 부가통신업자(VAN사)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줄여 결제구조가 단순하다. 

이런 계좌 간 거래에서 은행은 통상 50∼500원 수수료를 가져가지만, 서울시와 협약을 맺은 제로페이 참여 은행은 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경감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가맹점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8억원 이하는 수수료가 면제되고, 8억∼12억원은 판매액의 0.3%, 12억원 초과는 0.5%를 수수료로 받는다. 

하지만 당초 참여하기로 했던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가 최근 서울시의 최종 사업운영안을 확인한 뒤 사업에 불참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제로페이 사업은 시작하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비씨카드는 국내 280만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페이는 2300만명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들은 제로페이 확산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불참을 결정하면서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비씨카드측은 불참 이유에 대해 “계좌 기반 방식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측은 “현재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약 15만개 결제 가맹점과 2500만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 다각도로 검토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도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없애자는 취지는 좋지만 여러 가지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썩 편치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에서는 11개 시중은행이 매년 최대 760억원가량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서울시 66만 자영업자가 모두 제로페이 가맹점에 가입해 제로페이가 시내 주요 결제수단으로 대체됐을 때의 얘기다.

이 외에도 제로페이를 단일 시스템에서 가능하게 하는 통합 제휴페이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은행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결제원은 플랫폼 초기 설치 비용으로 39억원, 다음 해부터 운영비용으로 매년 35억원씩 들 것으로 추산해 각 은행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은행이 사업에 드는 여러 가지 비용을 부담하도록 압박하면서 정작 생색은 정부와 서울시가 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제로페이가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비자 유인 측면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수수료 ‘제로’ 혜택을 누리려면 고객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많지 않다.

현재까지 제시된 제로페이 사용 혜택은 소득공제율 40% 적용, 공공시설 결제 때 할인 등이다. 소득공제율(40%)은 신용카드(15%)보다 높지만, 실질적인 환급 혜택은 크지 않다.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잘 정착한다면 소비자의 새 결제 방식 경험을 높이고, 나아가 결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는 소상공인 가맹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제로페이를 통해서 망 확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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