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계열 소액주주연합 "형사 처벌 김 사장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있어"
대법 "형사재판의 증거가 반드시 민사재판에서 사실로 인정하는 근거는 아니다" 상고심 확정

오리온그룹의 전 임원들이 저지른 횡령 등 비리로 손해를 입었다며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오리온그룹 계열사 스포츠토토 소액주주들이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횡령 혐의가 확정돼 실형을 받은 조 전 사장에 대해 "형사재판의 증거가 반드시 민사재판에서 사실로 인정하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조 전 사장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손모씨 등 스포츠토토 소액주주 93명이 조 전 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련자들의 진술에만 기초해 횡령을 인정한 형사재판 확정판결은 (민사재판에서) 조 전 사장이 횡령했다는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심 인용 판결의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 김모 경영기획부장과 공모해 2003년부터 스포츠토토 등 계열사 임직원들의 급여 및 상여금 등을 정해진 액수보다 많이 지급한 뒤 차액을 빼돌려 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조 전 사장을 재판에 넘겼다.

또 조 전 사장은 형이 운영하는 업체에 허위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리고 2004년부터 5년간 해당 업체의 여직원 급여 1억7000여만원을 스포츠토토온라인에서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스포츠토토 소액주주들은 지난 2013년 "조 전 사장이 횡령과 배임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스포츠토토에 15억7215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

이 손배소 소송 1심 선고 전인, 지난 2014년 9월 형사재판에서 조 전 사장이 횡령 혐의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확정받은 것과 관련해 당시 '횡령 혐의를 확정한 형사재판이 민사재판인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1심은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와 반대되는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며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은 "관련 형사재판에서 조 전 사장이 납품대금을 영득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채 관련자들 진술에만 기초해 횡령을 인정한 바, 이와 같은 형사재판의 확정판결은 횡령 사실에 관한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며 조 전 사장에게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2심의 증거 판단이 옳다고 결론을 내렸다.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조 전 사장이 정작 횡령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은 면제받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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