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한진칼 경영권 장악의도 없어, 저평가 기업가치 올리기 위해 투자" 입장
지속적 견제와 감시로 조 회장 일가 경영활동 심한 압박으로 작용할 듯

KCGI, 한진칼 지분 9% 확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 경영권 견제 받을 듯.

땅콩회항, 물컵갑질 등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갑질행태로 몸살을 앓았던 한진그룹이 이번에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일컫는 KCGI(Korea Corporate Government Improvement)가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에 등극하면서 파상적인 경영권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초긴장 상태에 놓였다.

KCGI는 지난 15일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9%를 확보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한진칼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KCGI 측은 지난 19일 입장문을 통해 “15일 투자목적회사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의 지분 9%를 취득하였음을 공시한 이후 투자배경, 향후 계획과 관련해 여러가지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어 입장을 설명하겠다”며 “KCGI 1호 펀드가 지분 9%를 취득한 것을 들어 경영권 장악의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지주회사로 대한항공·진에어·한진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고, 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28.9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KCGI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인 강성부 전 엘케이(LK) 파트너스 대표가 만든 국내 사모펀드로, 기존에 드물었던 재벌에 첫 도전장을 내민 행동주의 펀드라서 화제를 모았다. 앞서 강 대표는 2015년에 LK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사모펀드(PE)업계에 뛰어들어 3년 동안 요진건설산업을 비롯한 현대시멘트, 대원, 풀잎채, 극동유화 등에 투자해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외쳤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단기간에 기업가치 상승과 최대의 수익을 내는 투자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성부 KCGI대표
강성부 KCGI대표

KCGI가 한진칼의 2대주주로 올라섰다는 것은 오너 일가에게는 아주 큰 압박과 동시에 가뜩이나 여럿 진행 중인 소송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더 큰 숙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이번 KCGI의 개입이 오너리스크 및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지면, 그동안 저평가된 기업 주식들에 대해 긍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KCGI는 입장문에 지분 인수 배경에 대해 “계열사들은 유휴자산 보유와 투자지연 등으로 매우 저평가되어 있고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증대 기회도 매우 높아, 펀드가 주요주주로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활발히 수행할 경우 한진칼 기업가치 증대가 이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그간의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이 드러나 총수 일가 퇴진운동으로 이어진 상황에서 시기 적절한 시점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CGI는 또 자신의 투자철학을 소개하며 “엘리엇 등 국외 펀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한국적 제도와 정서를 고려하고 시장과 소통하되 무분별한 경영진 비난과 이에 따른 기업이미지 실추는 지양하겠다”며 직접적인 충돌은 일단 피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향후 활동계획에 관하여는 조만간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은 경영권에 도전할 의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략적 차원의 접근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이다.

당장에는 발표한 계획대로 한진칼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충실할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기간도 14년 장기 펀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만큼 계열사 등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KCGI의 투자로 향후 조 회장 및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 오너일가의 후계 승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한진칼의 지분을 토대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경영수업을 받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트 등을 KCGI는 가치 훼손 자회사로 구체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평가 회사로 지목한 대한항공은 조 사장이 주요 의사결정권을 쥐고 역량 발휘를 해왔던 터라 KCGI가 가치 제고를 위한 견제와 감시를 명확히 하겠다고 언급한 부분은 조 사장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칼호텔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영수업을 했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진에어 임원으로 등재돼 경영수업을 받던 조현민 전 전무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들의 정상적인 경영복귀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 KCGI가 확보한 9%의 한진칼 지분이 커보이지 않지만 8.35%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KCGI가 손을 잡으면 다른 투자자 역시 주주권 강화를 위한 의결권 행사에 함께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두 지분을 합친 17.35% 이상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4개월 밖에 남지않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사진이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칼 이사진 7명 중 4명인 석태수 대표이사,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 등 이사 3명과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가 2019년 3월 끝나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알고 있을 조 회장이 현재의 당면한 어려운 숙제에 대한 첫 대응을 어떻게 시작할지 귀추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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