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노조원 성향별 관리‧선거 개입’ 문건 폭로…노조, 총파업 등 강력 반발
차츰 회복되던 양측 관계 ‘급랭’…한영석 사장, ‘노사관계 회복’ 취임 첫 과제

기자회견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사진-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현대중공업 노조(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지난 몇 년 동안 직원들의 성향을 분류하고 노조 대의원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한영석 사장이 공동대표이사로 취임하는 등 주요 임원이 대폭 물갈이 되고, 지난 6일 노사가 그동안 중단된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석 달여 만에 재개하면서 양측의 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일이 터지면서 양측의 관계가 또다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0일 오전 사측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이날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자 제보로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진행해 온 노조 말살 정책이 드러나자 사측이 부서장급만 인사 대기 조치하는 등 꼬리 자르기에 들어갔다”며 “사측은 불법적인 노무관리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조합원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지난해 1월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불법 노무관리를 각각 폭로했는데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불법 노무관리 내용을 담은 문서를 조사해 사측을 상대로 법적 조처를 하고 재발 방지대책이 나올 때까지 총력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파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5시까지 8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오전에는 공장별로 자체 파업을 실시한 뒤 오후 2시부터 전 조합원이 참석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와 함께 노조는 현대자동차 노조 등과 함께 오는 21일 민주노총 총파업에도 동참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6일 KBS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노조 대의원 등의 성향을 회사와 가까운지 노조와 가까운지에 따라 이른바 ‘신호등 색깔’로 분류해 관리한 사실이 내부자 고발로 드러났다.

또한 사측은 일반 조합원에 대해서도 성향을 5단계로 나누고 회사에 호의적인 상위 3단계를 집중적으로 관리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와 함께 어느 강성 대의원을 사측을 뜻하는 ‘합리파’로 전향시키고 조합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있었으며, 강성 성향의 특정 인물을 노조 대의원 선거에 나가지 못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있는 등 노조 대의원 선거에 개입한 정황도 적혀 있었다.

해당 문건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작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 부당노동행위를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사측은 관련 부서 책임자들을 즉시 인사대기 조치하고, 자체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과거 생산 관리를 위해 일부 현장에서 발생했던 부당노동행위를 금하고 있으며 관련 교육을 지속 실시하고 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해 당혹스럽다”며 “일부 생산 현장 노무 담당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벌어진 일이며, 회사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책임자급을 인사 대기 조처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징계할 예정”이라며 “전사적으로 부당노동행위 부분을 자체 감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사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조직적인 지시를 내리거나 개입한 바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한편, 한영석 사장은 공동대표이사에 취임한 지 하루만에 노조 사무실을 찾아가 집행부를 만나는 등 현대중공업 노사관계 개선에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문건 폭로로 인해 노사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재의 난관을 풀어나가는 것이 한 사장의 취임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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