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 SK케미칼 최창원·김철, 애경산업 채동석·이윤규 대표이사 등 14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살균제를 제조·유통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SK케미칼 등에 대한 검찰 고발은 지난 2016년 이후 두번째로 이 업체들은 살균제에 사용한 원료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간 처벌을 피해왔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는 27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법 제268조 업무상과실·중과실치사상 혐의로 SK케미칼의 최창원·김철, 애경산업의 채동석·이윤규 대표이사 등 14명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했다.

피고발인에는 이들 외에도 SK케미칼 김창근·이인석·이문석·한병로·박만훈 전 대표이사와 애경산업 장영신·채형석·최창활·고광현·안용찬 전 대표이사가 포함됐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개발했고, 애경산업은 이 원료로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가습기넷은 2016년 8월에도 이들 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유해성이 인정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사용해 처벌을 받은 옥시 등과 달리 CMIT/MIT를 쓴 SK케미칼·애경산업은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넷은 지난 2017년 8월, 2018년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등재된 대구가톨릭대 GLP센터 논문, 애경산업 제품을 쓴 쌍둥이 자매의 병증을 연구한 서울아산병원 연구팀 논문 등을 비롯해 영국 의학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등의 논문도 CMIT·MIT의 유해성을 지적해왔다고 반박했다.

가습기넷은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2년 전 고발 후 검찰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이는 해당 기업들에 줄곧 면죄부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은 CMIT/MIT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핑계를 내놓았지만 여러 연구와 자료들이 CMIT/MIT도 참사의 원인이라 가리키고 있다”면서 국내외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환경부는 지난주 CMIT/MIT의 유해성을 연구한 학계의 역학조사 결과를 모아 검찰에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가족 이재용씨는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일반 시민의 목숨, 자녀들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성장해야만 하느냐"며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앞으로 이런 슬픔이 있지 않길 바라며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가족 손수연씨도 "좀 더 건강하게 키우고자하는 마음으로 사용한 가습기살균제가 건강을 빼앗고 고통을 안겨줬다"며 "가해기업은 배상은 커녕 사과도 하지 않고 있는데 검찰이 나서야 기업들이 사과와 배상을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함께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옥시는 책임을 인정해 형사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을 이행하고 있지만 원료를 생산기업에 제공하고 배포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서는 현재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수사가 중단된 상태"라며 "가해기업들은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않고 인간적인 사과조차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MIT 성분이 가습기살균제특유의 질환을 일으킨다는 논문 등 여러 증거자료가 나오고 있고 환경부에서도 이같은 자료들을 검찰에 제출했다는 답을 받았다"며 "더이상 증거불충분을 말할 수 없고, 검찰은 기업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뒤로 하고 이런 증거들을 참고해 피해 기업에 대한 즉각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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